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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慶)사날 것을 믿습니다(信).'
대구 경신고 학생회가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선배들을 위해 교실 외벽에 내건 현수막이다. 후배들의 이 같은 바람은 그대로 이뤄졌다.
3일 2015학년도 수능 개인 성적표가 수험생에게 배부된 가운데 현재까지 드러난 전국 만점자 12명 가운데 4명이 경신고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킨 경사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경신고는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오전10시 성적표를 받은 수험생들은 모두 하교했고 운동장에서는 고등학교 1·2 학생들만 체육수업에 한창이었다.
이 학교 교사들은 "기분 같으면 잔치라도 하고 싶지만 수능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있는 만큼 조용하게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은 5반 이승민·김정훈, 10반 권대현, 12반 이승민. 특히 만점자 12명 가운데 '이승민'이라는 이름이 경신고 2명, 서울 양정고 1명 등 모두 3명이나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5반 이승민과 12반 이승민은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하는 등 줄곧 선두권을 달렸다.
박용택 경신고 진학부장은 "만점자 4명을 포함해 30여명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 "만점자 4명 모두 하나같이 너무 착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모범생이었다"고 전했다.
경신고 만점자 4명은 모두 이과로, 이중 3명은 서울대 의예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신고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학군의 유일한 '자립형 사립고'다. 대구에는 4곳의 자사고가 있지만 수성구에 위치한 학교는 이 학교뿐이다.
경신고는 2011년 3월 자사고로 전환한 뒤 첫 신입생을 맞았다. 자사고 전환 이전에도 경신고는 해마다 대학 입시철이 되면 우수한 성적을 내는 '명문사학'으로 대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6년 3월 설립된 경신상업전수학교를 모태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김지훈 경신고 교감은 "수능 문제가 평소보다 쉬워 걱정을 많이 했다. 학생들이 어려운 문제에 적응하도록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손해보는 게 아닌가 고민을 했는데 참 다행"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김 교감은 이어 "학생들이 열심히 했고 여기에 교사들의 열정과 수능에 대한 노하우 등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경신고는 교문과 진입로 등에 축하 현수막을 내걸 예정이다.
한편 올해 수능에서는 지방에서 특히 만점자가 많이 배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까지 밝혀진 12명의 원점수 기준 만점자 중 11명이 지방 출신이었고 서울 출신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4명의 만점자를 무더기 배출한 대구와 부산·울산 등 영남에서만 무려 8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부산에서는 남구 대연고의 이동헌, 울산에서는 중구 성신고의 최보윤이 만점자로 확인됐고 경북 포항 포항제철고의 한지민, 경북 안동 안동고의 김관후 등도 각각 만점자 명단에 올랐다.
전남에서는 순천 매산고의 정대승, 광주 남구 인성고의 박현준이 만점자로 확인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용인 외대부고의 김세인이 유일한 졸업생 만점자로 파악됐다. 반면 서울은 양천 양정고의 이승민 등 단 1명의 만점자가 나오는 데 그쳤다.
전과목 만점자 중 이과생은 8명에 달하며 문과생(4명)의 배를 기록했다. 이는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과목이 쉽게 출제되면서 만점자가 속출한 때문으로 평가된다.
전체 만점자 수는 재수생들의 성적이 확인되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어B와 과학탐구가 어려웠던 탓에 지난해(33명)보다는 적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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