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이야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지만 급여는 하위 직급이 상위 직급보다 많을 수 없는 게 SK그룹의 보수 체계다. 그런데 왜 구 부회장이 사장급보다 적게 받은 일이 일어났을까.
답은 '15% 룰'에 있다. 구 부회장이 자신의 급여 중 15%를 회사에 떼놓고 나머지 85%만 수령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관계자는 29일 "구 부회장이 평소에도 위험 관리를 한다는 차원에서 임원들에게 월급의 15%는 떼고 받아가도록 하고 있다"며 "15% 급여는 연말에 경영 실적을 검토한 뒤 회사에 반납하거나 일시에 찾아가거나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 부회장 자신도 15%를 떼고 받다 보니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사장보다 1·4분기 급여 수령액이 적은 것"이라며 "기존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해왔지만 이번에 급여 공개가 되다 보니 실제로 사장보다 적게 받는다는 게 숫자로 드러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2009년부터 이 같은 제도를 시행했다. 임원급은 매월 급여의 15%를, 직원들은 10%를 떼놓고 월급을 수령한다. 그리고 12월에 경영 실적을 결산해 흑자가 나면 이듬해 1월 1년간 떼놓은 돈을 일시에 돌려받는다. 적자가 나면 떼놓은 돈을 못 받는 구조지만 2009년 이후 매년 흑자가 나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구 부회장의 경우 15%를 떼지 않은 원래 급여는 분기에 약 2억1,88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진 이하 전 직원이 실적에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의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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