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리포트 제1호 연금저축'에 따르면 연금저축상품 가입 후 10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계약이 유지되는 비율이 금융권 평균 5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보사 63%, 자산운용사 52%, 은행과 손보사 44%다. 이나마 보험사 유지율은 '조정'된 것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많이 낮다. 보험사 연금저축은 매달 납입하는 시스템이어서 두 달 연속 납입하지 않을 경우 실효가 된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보험사 연금저축 유지율은 지난해 3월 현재 생보 37%(상위 10개사 평균), 손보사 31%(상위 4개사 평균)다. 그러나 이번 금융소비자 리포트에서는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사도 은행과 자산운용사처럼 자유납입 방식을 적용했다. 중간에 상당기간 납입하지 않고 쉬어도 계약이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연금저축상품은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납입액 전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그럼에도 유지율이 낮은 것은 금융사들이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들지만 사후관리와 운용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가장 큰 문제다. 연금저축상품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은행 정기적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수수료다. 생보사는 가입 후 1년간 납입금의 11.12%를 사업비 등의 명목으로 뗀다. 손보사는 13.97%를 뗀다.
요컨대 연금저축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생보사와 손보사들이 수수료 따먹기에 혈안이 돼 있을 뿐 사후관리가 부실해 중도해지를 자초하는 셈이다. 공적연금ㆍ사적연금 모두 합해 연간 6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돼 세금이 많아지는 현행 과세체계도 연금저축의 중도해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연금저축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상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회사가 수수료도 많이 가져가도록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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