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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21세기의 맬서스

박홍수 <농림부 장관>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인구론(人口論)’이라는 책을 통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농업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실증자료를 통해 세계는 식량 부족에 직면하게 돼 전쟁ㆍ빈곤ㆍ질병이 만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두 세기가 지난 지금.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농업 생산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맬서스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주장이다. 필자도 그의 논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그가 고민했던 문제, 즉 인구와 식량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 안정과 발전의 중요한 요소라는 원칙에 대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한 국가에서 국민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생산 능력의 유지는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농업국가 인도네시아의 경험을 보자. 지난 97년 동아시아 전역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루피아화가 폭락하자 대량실업ㆍ경기위축ㆍ사회불안이 나타났다. 더 심각했던 문제는 식량 문제였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폭동, 식량 사재기 등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급기야 식량 배분에 군대가 투입되는 등 통제 불능에 이르렀었다. 반면 한국은 어떠했는가.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쌀값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연이은 대풍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정부 재고량이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식량 문제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는 예라고 하겠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식량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쌀이 모자라면 외국에서 아무 때나 사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세계 곡물시장이 경제학에서 이상적인 모델로 상정하는 완전경쟁시장이라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곡물시장은 소수의 곡물 메이저들이 주도하는 독과점 체제로 비상시 곡물을 수입하게 될 경우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맬서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결국 식량의 수요과 공급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맬서스가 초점을 맞춘 것은 수요의 관리, 즉 인구를 줄여나가는 문제였다면 오늘날 중요한 문제는 공급의 관리에 관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식량 공급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 일정한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과 비상시에도 식량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는 것이다. 이에 참여정부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해서 실현 가능한 생산목표를 제시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해 비상시 주곡의 안정적인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현재의 식량 상황만을 보고 지나치게 낙관해서 농업을 경시하는 사회적 풍토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맬서스는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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