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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천국을 만들자/2부] 행정편의적 규제버려라

<기고>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말로만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들먹였지, 규제가 파격적으로 줄었다는 데도 '한국은 왜 여전히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되고 있는가. 이에대한 해답은 여전히 행정편의ㆍ자유재량적 규제가 범람하고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약하는 기업의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는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더욱 높여준다. 자산의 절대기준에 따라 대기업을 제약하는 출자총액제한, 계열소속 금융기관 보유주식의 의결권 행사금지등과 외국기업에게만 주어지는 세제감면 등으로 국내 대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경제라는 것이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잘하는 기업일수록 우대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가려는 기업을 뒤에서 밀어주기는 커녕 잡아당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면상 내세우는 이유는 재벌이라고 불리는 기업집단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면 국민경제의 후생이 감소한다는 정책판단이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가격을 조작하거나 보다 유능한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을 저지하는 행위를 한다면,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고, 중장기적으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돼 국민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독점과 독점에 준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를 어떻게 입증하는가 하는 점이다. 입증도 제대로 되지않은 경제력집중의 잠재적인 피해 가능성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8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30대기업 지정과 이에따른 규제는 편의주의적 행정의 산물이다. 기업의 행태나 구조와는 무관하게 단순히 기업의 자산규모에 따른 규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경제적 피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책당국이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온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안정성을 도모한다는 논리를 편다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규제는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이지, 정책당국이 일방적으로 재단한 틀속에 기업을 가두어 두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재벌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경제집단이라는 인식은 오류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 상호출자ㆍ채무보증 등의 방법을 동원해 새로운 사업분야에 확장을 서슴지 않는 대기업집단을 재벌이라고 부른다면 이러한 형태는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경제행태다. 재벌들의 신규사업 진출을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몰아붙여 금지했더라면, 삼성전자가 세계유수의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하고, 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결과에 따라 승자가 차지하게 되는 경제력 집중을 죄악시한다면, 누가 열과 성을 다해 자기기업을 가꾸려고 하겠는가. 국내의 유능한 기업에게만 금융비용을 상승시키고 기업가 정신에 따른 과감한 투자를 저해하는 역차별적인 규제가 가져올 피해를 막는 해법의 단초는 변화된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찾아야한다. 외국기업이 자유로이 국내에 진입할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도 반기업적인 정부정책을 피해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자본개방의 시대, 협소한 국내시장을 무대로 한 국내기업간의 경쟁의 시대가 가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의 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규제가 적절한 조치로 인정받으려면 '마땅히 사라져야 할 규제'와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할 규제'를 가려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건전성규제는 강화하고 기업관련 규제는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자산규모에 따른 30대기업 사전지정 및 이에따른 규제가 21세기에는 더 이상 적절하지 못함은 두말할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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