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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은행 쇼크] 구제금융 졸업 성급했나… 유로존 '파멸의 올가미'는 여전

잠재적 부실 무시하고 지표에 취해 위기 자초

금융시스템 허점 겹쳐 유로존 침체뇌관 우려

개별기업 유동성 문제 "충격 작을 것" 관측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위기가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파멸의 올가미'는 여전하다."

'파멸의 올가미(doom-loop)'는 재정이 취약해진 정부를 위해 국채를 사들인 은행들이 부실해지고 이 은행들을 지원하다 정부 재정이 다시 축나는 것을 의미한다.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의 유동성 위기를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제금융에서 겨우 빠져나와 여전히 재정이 취약한 포르투갈이 이 은행을 지원하다가 다시 금융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구제금융 졸업 너무 빨랐나
=지난 2011년 5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등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로부터 총 780억유로(약 111조2,7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고 경제 개혁을 추진해온 포르투갈은 3년 만인 올 5월17일 구제금융 졸업을 공식 선언했다. 더 이상 트로이카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지 않고 온전히 시장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 앞서 4월 IMF는 포르투갈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0.8%에서 1.2%로 급격하게 개선됐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1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BES의 지주회사인 이스피리투산투인테르나치오날(ESI)이 단기 유동성 및 회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르투갈 증시가 폭락하자 "구제금융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 및 민간기업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일부 개선된 경제지표만으로 구제금융 졸업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ESI의 유동성 위기 및 회계조작은 단순 개별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ESI는 포르투갈의 대표적 기업집단으로 이스피리투산투금융그룹(ESFG)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으며 ESFG는 BES의 지분 25%를 소유하는 등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또 이 기업집단의 비금융 계열사들은 자금조달을 BES 등 금융 계열사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이행하던 지난 3년간 이를 감시 감독했던 트로이카가 이 같은 대형 기업집단의 부실을 솎아내지 못했다는 불신까지 더해졌다. 최근 ECB는 유럽의 120여개 대형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정건전성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포르투갈의 BES는 이를 통과했다. IMF는 이날 ESI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포르투갈 금융 시스템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경고하며 말을 바꿨다.



◇2011년 유로존 위기 재연 우려=이에 따라 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 등 일부 재정위기국에서 불거진 채무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됐던 2011년의 유로존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재정이 취약해진 정부의 국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면 받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국 국채를 사들인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다시 부실은행들을 지원하다 정부 재정이 축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앞서 ECB가 유로존 국채시장의 안정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채 매입 프로그램(OMT)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미 구제금융을 졸업한 포르투갈은 OMT를 신청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시킬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 정부가 BES 지원에 나선다면 유로존 위기국의 은행권 부실 문제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의 경제 상황도 여전히 부진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10일 발표된 이탈리아의 5월 산업생산 지표는 201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프랑스 산업생산 역시 0.1%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7% 감소했다.

이처럼 유로존의 경기회복이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포르투갈 은행 부실이 유로존의 침체를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제임스 라이드 도이체방크 스트래티지스트는 "BES 문제는 취약한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 건전성 문제를 다시 부각시켜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때와 달리 개별 기업의 유동성 위기 및 회계부정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에 미치는 충격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FT에 따르면 BES의 자본부족액은 20억~30억유로에 달한다. 일단 포르투갈 정부는 BES 재무상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은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뉴욕증시의 거래량이 저점에서 반등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2%로 뛰었으나 장기 평균으로 봤을 때는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날 발표된 유럽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매도세를 촉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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