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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친환경 농법? 옛 방식대로 했을뿐인데…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조엘 샐러틴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미국 버지니아주 폴리페이스 농장(polyface farm)의 농부이자 저자인 조엘 샐러틴은 가축들을 '샐러드 바'라 부르는 새로운 방목지로 옮기는 것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기름진 땅 위에 돋아난 풀을 소들이 뜯고 지나가면 닭들을 그곳으로 옮긴다. 닭들은 소가 뜯은 풀의 밑동을 마저 뜯고 소똥 속 구더기를 찾아 먹는다. 그 과정에서 소똥은 파헤쳐져 땅속으로 배어들어가 땅을 위한 양분이 된다. 또한 가축들에게 뜯긴 풀들은 다시 억센 풀로 자라나게 들판을 돌본다. 즉, 땅과 태양이 만들어낸 풀은 소ㆍ닭ㆍ돼지의 먹이가 되고, 똥이 되고, 흙이 되고, 다시 풀이 된다. 저자는 이 같은 섭리에 따라 농사를 짓고, 이 농장에서 생산한 고기와 채소는 4시간 거리 이내 지역에만 판매한다. 식품의 맛과 영양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거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폴리페이스 농장은 거대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파헤친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논란의 중심에 섰고 궁극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자칭 '토지치유전문가'인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농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책은 그의 식품 생산과 유통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인 실천 방식을 담고 있다.

저자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기조 아래,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며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농장을 꾸려간다. 저자에 따르면 너와 나를 엄밀히 구분하고 분석적인 그리스ㆍ로마 전통의 서구문화는 유기적 관계 속에서 순환하는 생태계의 원리를 거스른다. 오히려 그는 "농장이란 다양성(diversity)과 복수성(plurality)이 활개치는 작은 우주"라며 한 포기의 풀을 우주의 피(血)라 여기는 '풀 농법'을 중심으로 한 농장경영 노하우를 전수한다. 태양 에너지로 풀이 자라고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이어지는 생태계 순환의 궤적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이다. 풀은 소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뿌리를 통해 토양이 유기물을 축적하게 한다. 모든 것이 흙에서 시작해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에 따른다.

사실 소가 풀을 뜯게 하는 것은 유별난 일이 아니다. 수천 년 전 조상들의 방식대로 농사를 지을 뿐인데, '친환경 농법'으로 특별하게 불린다. 저자의 농장은 '대안 농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파는 것도 '로컬 푸드(Local Food)'라 불리며 뉴요커 사이에서는 최신 음식 트렌드가 됐다.



책은 생명의 타고난 본성을 존중하고 소비자가 더 싸고 더 쉬운 '진정한 먹을 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하자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순수함을 '미친' 열정으로 보는 현대인들에게 농업뿐 아니라 각자 직업에서의 본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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