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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단속 사각지대 지하도상가 불법전대

■ 단속 사각지대 지하도상가 불법전대<br>전차인 신고 없는 이상 불법 여부 파악 어렵고 일반재산으로 분류돼 강제성 있는 조사 못해<br>임차인 임대료 현실화하고 행정재산으로 용도 바꿔 강력한 처벌할 수 있게 해야

시민들이 서울 시청 지하상가 통행로로 걸어가고 있다. 서울 지하상가와 지하철역 상가에서 불법 전대가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도의 한계로 인해 실제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경제 DB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지하상가 충격 실태
[이슈 인사이드] 단속 사각지대 지하도상가 불법전대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시민들이 서울 시청 지하상가 통행로로 걸어가고 있다. 서울 지하상가와 지하철역 상가에서 불법 전대가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도의 한계로 인해 실제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경제 DB











증거확보 힘들어 단속도 속수무책… 법·규정 먼저 고쳐야
전차인 신고 없는 이상 불법 여부 파악 어렵고 일반재산으로 분류돼 강제성 있는 조사 못해
임차인 임대료 현실화하고 행정재산으로 용도 바꿔 강력한 처벌할 수 있게 해야

지난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시내 지하도상가의 불법전대(轉貸)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김민기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공의 재산인 지하철 상가를 통해 엉뚱한 사람들이 연간 수천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직과 체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전면 감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국감 이후 서울시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지하도상가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설관리공단ㆍ서울메트로ㆍ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등은 시장 지시사항인 전면 감사에 들어가기 위해 한창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 전대 단속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가게를 마지막에 빌린 사람이 처벌과 손해를 감수하며 제보하지 않는 이상 불법 전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고 신고를 접수하고 단속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증거 확보와 민사소송 진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법 전대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규정을 손보고 전대가 이뤄지지 않을 만큼 서울시가 받아들이는 임대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연한 비밀 불법전대=전국적으로 지하도상가와 공설시장 등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상가는 72개에 이른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맡아 관리하는 지하상가 29곳 2,783개 점포와 서울메트로ㆍ도철이 공사 재산으로 보유한 점포 약 400여 개가 있다.

시설공단과 메트로ㆍ도철 등 지하철공사는 상가 운영과 임대를 맡을 수탁자를 선정하고 수탁자로 선정된 업체는 경쟁입찰방식으로 상가를 임대한다. 이 때 수탁회사로부터 상가를 빌린 사람(임차인)이 직접 상가를 운영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전차인)에게 빌려주는 과정이 전대다.

임차인이 돈을 주고 빌린 상가지만 서울시와 공사가 가진 공공재산인만큼 전대할 경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 6조 1항(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공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함)이나 지방공기업법을 어기게 돼 불법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영등포나 강남역 주변 지하상가는 A급 상권으로 분류된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할 경우 임대료를 크게 웃도는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사를 벌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고 이 때 임차인은 자신의 계약기간(일반적으로 5년)을 활용해 전차인에게 웃돈을 받고 가게를 다시 빌려줄 수 있다 보니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상가에서 전대가 일어난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지난 2010년 5월부터 서울메트로 등 공공기관 감찰활동에 나선 한 감사관도 "감사 기간 중 전차인의 신고가 있을 줄 알았지만 거의 없어 조사가 어려웠다"며 "실제로는 매우 큰 규모의 전대 행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사각지대, 증거 확보 어려워=서울시는 시설공단이 관리중인 29개 상가를 대상으로 2011년 11월과 2012년 4~6월 두 차례에 걸쳐 불법전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공단 직원이 각 점포를 직접 찾아가 전대 여부를 탐문하고 임차인의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일일이 따진 결과 실제 전대 4곳, 전대 의심점포 333곳을 적발했다.

시는 전대가 의심되는 점포 333곳을 서울지방국세청에 의뢰해 실제 소득과 현금 흐름 등을 조사해줄 것을 의뢰했지만 현재 일부가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나머지는 각 관할 세무서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대를 발견한 4곳은 모두 조사 가운데 전차인이 스스로 신고한 것으로 2곳은 임차인에 대한 계약 해지 조치를 했지만 나머지 2곳은 계약해지를 위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불법전대가 대규모로 일어난다고 하지만 2,800여 개 점포가운데 실제 불법전대를 적발해 조치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한 셈이다.

불법 전대 단속 관계 공무원은 "전차인이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전대 여부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단속 수단과 권한이 있었다면 이미 불법전대는 다 적발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말했다.



전차인은 스스로 불법 전대에 연루된 사람이면서 현재 전대를 통해 상가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불거지고 생업이 흔들릴 것을 각오하면서 불법전대를 신고할 이유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하도상가가 국유재산 가운데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으로 분류된 점도 적발과 단속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행정재산은 공법에 따라 함부로 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나 공권력이 개입된 조사가 가능하다. 반면 일반재산은 제재를 위해 변상금을 부과하거나 민사소송을 벌여 강제 집행하는 방법밖에 없어 임차인-전차인의 임대차계약서 같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계좌추적 같은 강제성 있는 단속을 벌일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대료 현실화ㆍ규정 개정 등 선행돼야=이에 따라 불법전대의 뿌리를 제대로 뽑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시스템만으로는 시가 아무리 전면 감사를 펼쳐도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재산으로 분류된 지하도상가를 행정재산으로 용도를 바꿔 행정형벌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아울러 현재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아 불법전대가 이뤄지는 만큼 처음부터 임차인에게 빌려주는 돈을 높여 불법 전대가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불법전대에 나서는 임차인과 전차인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눈앞에 이익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의 양심에만 전대 문제를 맡기기 어렵다는 반론이다.

■ 임대주택도 불법 전대 횡행불시 점검 가능 법 신설 됐지만 주민 반발에 무용지물 불 보듯나윤석기자 nagija@sed.co.kr지하상가와 마찬가지로 공공 임대주택에서도 불법 전대가 판치고 있다. 지난 1월 거주자 실태 파악이 용이하게끔 임대주택법에 새로운 조항이 신설됐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의 반발로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 전망이다.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의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LH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5년간 LH가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에 불법 거주해 적발된 건수는 총 156건이었다. 해마다 적게는 10여건, 많게는 50건에 가까운 불법 전대가 적발됐으며 원칙적으로는 적발 시 기본임대료의 1.5배인 불법거주배상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퇴거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한 후 자진퇴거를 하면 배상금은 부과하지 않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류의 불법 전대와 마찬가지로 임대주택 역시 은밀하게 계약을 맺고 쉬쉬하는 전대인과 전차인 외에 제3자가 고발을 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단속을 통한 증거수집은 힘들다는 게 관련부처 전문가들의 솔직한 의견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3자의 고발 외에는 전대인과 전차인 사이에 분쟁이 생겨 전차인이 임대 보증금을 못 받은 경우에 자신도 불법 행위에 가담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고발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전했다.

현재 임대주택 불법 전대에 관한 단속권한은 정부·지자체·LH·SH 등으로 분산돼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LH와 SH가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형식적인 단속에 불과해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임차인에 대해 낌새를 채고 단속을 가도 문을 안 열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도 "주민의 의지에 반해 문을 열고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의 소지가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월 26일 이 같은 단속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거주자 실태 조사에 관한 새로운 조항이 신설돼 8월5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단속 권한이 있는 주체는 임차인에게 필요한 서류 제출을 언제든 요구할 수 있게 됐으며 임차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를 따르도록 했다. 아울러 단속을 회피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 제재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불시 점검의 법적 근거 확보를 통해 불법 전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시 점검 등의 방안은 기본적 일상이 침해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 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 뒤 거주지를 불시에 침입하는 것은 법적 근거 여부와 무관하게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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