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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임영록·이건호 중징계] 10월 금융위 최종 결정이 분수령… KB금융 또 소용돌이 속으로

최 원장 '무리수' 논란에도 제재심의 결정 뒤집어<br>임 회장 "우려했던 결과… 진실 명확히 밝힐 것" <br>징계 수위 다시 뒤집히면 최 원장 입지도 위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룸에서 KB 경영진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한 후(왼쪽 사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명동 사옥에서 퇴근하며 제재 결과의 부당함을 말하고 있다. /이호재·권욱기자

정관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얼룩진 KB금융그룹의 잘못된 인사의 끝은 또다시 비극으로 이어졌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뒤엎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징계 수위를 모두 중징계로 올리면서 KB는 회장과 행장의 동반 퇴진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됐다. 지주 임원인 임 회장에 대한 징계는 아직 금융위원회 의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KB에 대해 악화한 여론을 감안하면 금융위가 최 원장의 결정을 다시 뒤엎을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KB는 '수뇌부 동반 퇴진'이라는 대혼란을 맞으며 그룹 전체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 원장은 애초 금감원 검사국이 상정한 원안인 KB 수뇌부에 대한 중징계를 결국 관철함으로써 체면은 구기지 않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KB를 둘러싼 정관계의 각종 개입을 뿌리치고 뚝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징계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데다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번복한 만큼 무리한 징계가 아니었느냐는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제재 결정 과정에서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갈등이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금융 당국이 마주칠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KB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이 결국 금융권 인사에 멋대로 개입한 '관치·정치금융'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살이 당국을 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최 원장 '무리수' 논란 불구 중징계 강행=최 원장이 동반 중징계를 밀어붙인 것은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 이후에도 KB 내분 사태가 심화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제재심의위 이후에도 KB 경영진 템플스테이 과정에서 잠자리 문제로 싸우는 납득하기 어려운 갈등을 표출했고 이 행장은 임 회장을 겨냥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는 등 진흙탕 소송전을 시작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자충수'는 결국 최 원장에게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뒤엎어도 되겠다는 명분을 안겨줬다. 당초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을 수용할 생각이었던 최 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구했고 다수 임원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의 한 고위임원은 "KB의 두 최고경영자(CEO)가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원장의 선택은 더욱 명료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KB 수뇌부에 대해 중징계를 관철한 근거는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문책경고(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감독규정이다. 임 회장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강행 추진하고자 자회사 임원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감독자의 위치에서 주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의 보고를 받았지만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기종검토 관련 컨설팅보고서의 왜곡 보고, 성능검증(BMT) 결과 및 소요비용 허위 보고 등 위법·부당행위를 확인하지 못해 사태확대를 방치했고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게 징계사유다.



◇KB 통째 흔들려…후보군 벌써 난립=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그룹인 KB는 이번 금감원의 징계로 통째로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지주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하는 것은 국내 금융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LIG손보 인수 확정을 눈앞에 두고 리딩뱅크로서 재기를 모색했던 KB금융이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다.

수뇌부가 동반 퇴진하면 국민은행은 당분간 부행장 대행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은 임 회장이 사장 직제도 폐지한 만큼 수장 자리가 아예 공석으로 남는다. 주요 의사 결정은 연말까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차기 수장에 대한 선임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내부에서 차기 회장 및 행장 구도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또다시 KB 특유의 줄대기 문화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경우 노조의 격렬한 반발도 예상된다.

◇관치금융 원흉 금융 당국도 후폭풍 시달릴 듯=최 원장은 이날 KB 수뇌부에 대한 동반 중징계를 발표하면서 "KB 사태가 이러한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해 금감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KB 사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책임론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실제 금융 당국은 이번 결정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결국 금융권 CEO 자리를 제 멋대로 결정해왔던 관치금융 인사로 인해 이 같은 비극이 생긴 것이니만큼 책임의 근간이 금융 당국에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징계 수위를 번복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사실상 반대해왔던 감사원과 금융위의 의견을 뒤집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 부처들이 이 사안을 두고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개입한 것도 볼썽사나운 광경으로 지적된다. 최 원장은 또한 자신이 사실상 기틀을 마련했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금융권 제재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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