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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기업의 선명성

산업부 李康逢차장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인 미국 P&G가 있다. P&G는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거래에 있어 부정적인 관행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비윤리적인 정치적 기여와 뇌물공여를 배제하고 모든 고객이나 거래업체와 은밀한 거래를 하지않는다」는 것이 P&G의 경영철학이다. 처음 P&G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웃돈 얹어주기 관행에 물든 국내 유통업자들은 P&G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름있는 업체에서 P&G와 거래를 못하겠다고 공공연히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와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투명거래하면 P&G라」는 도식이 업계 널리 알려지면서 판매액이 갈수록 늘고 있다. P&G의 화려한 명성은 이같은 정도(正道)경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회사를 설립한 후 160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동안 직원들에게 사회 전체를 위해 일한다는 합리적인 기업문화를 심어줌으로써 세계 1위의 생활용품업체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IBM은 매년 모든 임직원이 사규에 대한 서약식을 갖고 있다. 직원들 각자가 올바른 경제질서를 위해 공정경쟁을 하자는 것을 회사측에 약속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반독점규제법(ANTI TRUST ACT)이 지난 1952년 미국에서 발효됐을 때 유일하게 무혐의 판정을 받은 업체가 IBM이다. 서약의 결과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전 기업랭킹에 있어 IBM을 세계 최상위그룹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P&G나 IBM의 사례는 자칫 손해를 볼 것만 같은 선명성이 오히려 기업의 활력소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96년 국내 대기업들이 비자금파동에 휘말리면서 기업들간에 정도경영 바람이 분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3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내 기업들이 그런 일을 했던가 의아해 할 정도다. 운동 자체가 속으로 우러나온 것이 아닌 가시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패한 정치·사회 풍조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 풍토상 그같은 운동을 오래 지속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온 국민이 고통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지금 기업 모두 정도경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나라경제를 살리는 것이 기업이라면 경제를 제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정도경영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99년도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현황」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구조조정의 선두에서 큰 역할을 해내야 할 5대그룹의 빚이 오히려 13.8%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순위가 뒤바뀐 그룹들간에 해명서를 유포하는 등 다소 소동이 벌어졌지만 국민들의 질책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이처럼 경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몸집을 더 크게 불려가기 보다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전문화된 기업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결과적으로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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