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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해진 보너스… 가벼운 귀성길
입력2000-02-03 00:00:00
수정
2000.02.03 00:00:00
박형준 기자
구로공단 설맞이 표정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가리봉 5거리. 한국의 대표 수출단지인 구로산업단지(공단)의 명물코스로 자리잡은 「패션스트리트」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몇년전부터 구로공단에 입주해 있는 의류업체들이 공장직영 매장을 열어놓고 시중보다 훨씬 싼 값에 옷을 팔면서 일약 신흥 쇼핑가로 떠오른 곳.
가리봉 5거리부터 「수출의 다리」 아래 4거리까지 곳곳에 옷매장이 즐비하다. 이제는 공단 사람들뿐만 아니라 안산시 등 위성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올 만큼 유명해졌다. 초기에는 재고처분이 주목적이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신제품을 살수 있다.
설을 맞는 공단의 분위기는 이곳에서부터 확연하게 느껴졌다. 멋진 차림으로 고향을 찾아가려는 공단 사람들의 발걸음이 속속 모여들었다. 업체마다 「설맞이 초특가 세일」이라는 유혹적인 문구를 단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신사복을 사러 들렀다는 趙모씨(38)는 『지난 2년동안 IMF를 겪으면서 거의 옷을 사지 못했다』면서 『올 설에는 큰 맘먹고 한벌 장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왕 들른 김에 형님네 조카들 옷도 두서너벌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21세기 첫설은 분명 20세기 마지막 설보다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 듯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북부지역본부(구로단지 관할본부)가 554개 입주기업 가운데 11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상여금 지급계획도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는 미지급이나 50% 미만이 주를 이뤘지만 올 상황은 반대다. 100~199%를 예정하고 있는 업체가 47곳으로 가장 많았고 50~99%가 31개사나 됐다. 물론 미지급도 19개사나 됐지만 70%이상이 「설봉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설휴일 동안 가동하는 업체도 줄었다. 주문량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해동안 열심히 일한 만큼 이번 설만은 쉬고 싶다는 희망때문이다. 북부지역본부 이기호부장은 『조사업체 가운데 부문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업체는 4곳 밖에 없었다』면서 『지난 설에는 고향길을 포기한 근로자들이 놀기보다는 일을 하겠다고 건의 의했지만 올해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개별업체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제본을 주사업으로 하는 명지문화는 50%를 설상여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회사 신동성차장은 『계절적으로 책제작이 많은때라 주문은 많지만 그래도 빨간날은 모두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원사를 사다가 쉐타를 만드는 일신기업도 비슷했다. 몇퍼센트라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떡값정도는 회사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자동차용 범퍼·대시보드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프라코는 휴무일을 7일까지 잡아 놓았다. 이회사 관계자는 『귀경길에 직원들이 덜 고생하도록 휴일을 하루 더 잡았다』고 말했다.
구로공단 입구에서 13년째 물탱크 유량감지장치를 개발, 판매하고 있는 중앙전자산업이나 수소농도측정기·용존산소측정기를 만드는 한국정밀기기상사 등도 50% 남짓한 보너스를 받기로 돼 있었다. 한국정밀기기의 한 관계자는 『늘 이맘때면 내년에는 더 많은 보너스를 받도록 하자고 다짐하곤 한다』며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천년 첫설을 맞는 구로공단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전국 곳곳으로 여성근로자들을 실어나르던 회사버스나 관광버스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해마다 공단본부에서 단체버스 신청을 받지만 사람이 없어 계획이 취소되곤 한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얘기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있다. 비록 설선물 구입처가 재래시장에서 E마트·클레프같은 할인점이나 백화점으로 바뀌긴 했지만 한해 동안 국가경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안고 고향을 가는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형준기자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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