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오를 때마다 나오는 펀드 환매가 1,500선 돌파를 계기로 잠잠해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스피지수가 1,400을 넘어서면 어김없이 주식형 펀드의 환매 물량이 나왔지만 1,500선에 안착할 경우 새로운 투자지평이 열리면서 환매도 수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처럼 대규모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차익실현성 환매는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올 들어 만기가 도래한 적립식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해외로 옮겨가던 투자자들이 1,500선 돌파를 계기로 국내 증시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펀드 투자자들 중 상당 부분 수익이 난 사람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해외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국내와 해외에 균형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신규 펀드 투자자의 경우에도 최근 국내 펀드 투자경험이 없는데도 해외펀드부터 시작하는 예가 많았지만 앞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시작해 해외펀드 및 대안상품으로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해외펀드를 앞지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75%인 반면 해외주식형은 -0.2%로 손실을 기록 중이다. 장기 투자자금의 차익실현과 신규 자금유입이 나란히 이뤄지는 가운데 1,500선 안착에 성공할 경우 환매는 줄어들고 새로운 자금이 출현함에 따라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개별 펀드를 살펴보면 운용기간이 3년 이상 되고 적립식 투자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에서 주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반면 신규 설정된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왔다”면서 “자금동향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던 만큼 주식시장이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경우 환매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월 한달간 환매 물량이 집중된 펀드들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C-A)’ 등 3~4년 전에 설정된 설정액 3,000억원 이상 대형 적립식 투자 펀드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삼성투신운용이 올해 초 설정한 ‘삼성당신을위한리서치주식종류형 1’과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주식종류형1’에는 총 3,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당분간은 환매 물량이 더욱 많아지면서 투신권을 비롯한 기관의 매수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투신은 9일 1,921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28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투신 누적 순매도는 1조5,821억원에 달한다. 또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 비중 70% 이상인 성장형 펀드의 수탁액은 33조709억원에서 29조8,749억원으로 3조1,960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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