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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 맨’이 개봉 6일 만에 1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이 이처럼 스크린 속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에게 열광하고 있을 때 세계 각국의 연구실에서는 이 같은 아이언 맨을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가 실제 진행되고 있다. 입는 로봇, 즉 ‘로봇 슈트’의 초기 모델인 ‘로봇 외골격’의 경우 이미 관련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으며 다양한 시제품 모델 개발이 이뤄진 상태다. 군사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이면 5톤 트럭을 들어 올리고 방탄 및 자가치료 기능까지 갖춘 군용 로봇 외골격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괴짜 과학자의 꿈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 박사는 최첨단 로봇 슈트를 입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이 로봇 슈트는 무려 1,000톤의 무게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 제트기보다 빨리 비행하며 탱크를 한방에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까지 장착했다. 평범한 인간에게 슈퍼맨에게 버금가는 능력을 선사하는 무적의 갑옷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로봇 슈트가 영화나 만화에서만 등장하는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이언 맨과 유사한 로봇 슈트의를 개발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실제로 로봇 슈트의 개념이 대두된 것은 지난 1963년이다. 미 육군의 군사무기 연구자였던 서지 자루드니 박사가 아이언 맨과 동일한 개념의 군용 로봇 슈트를 구상했던 것. 당시 그는 착용자에게 괴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로봇 슈트의 개념을 정립해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이를 구현할 기술이 전무했고 그의 생각은 한낱 괴짜 과학자의 꿈으로 치부됐다. 이렇게 잊혀졌던 로봇 슈트는 30여년이 흐른 지난 2000년 화려하게 무대에 재등장한다. 초정밀 센서와 고용량ㆍ고집적 마이크로칩 등의 개발로 로봇 슈트의 현실성이 확보되면서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인간능력 강화용 외골격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 이 프로젝트에는 7년간 7,500만달러가 투입됐다. ■ 아이언 맨의 전신, 외골격 로봇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아이언 맨의 초기 모델 격인 ‘외골격 로봇’ 개발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또한 비밀연구실에서 연구를 지속해왔던 일련의 로봇 슈트 개발자들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1973년부터 35년간 외골격 로봇 개발에 매달려온 미국 레이시온 사코스사의 스티브 제이콥슨 박사도 그중 한 사람. 그는 DARPA가 지원한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외골격 로봇으로 꼽히는 ‘XOS 외골격’ 개발에 성공했다. 아직 몇몇 난제들을 극복해야 하는 모델이지만 중량 68kg의 이 외골격 로봇은 착용자의 근력과 지구력을 수십배 이상 증폭시킨다. 일부에서는 비행능력과 무기탑재 기능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이언 맨 그 자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XOS 외골격을 입으면 7.2kg의 볼링공 두 개를 고통 없이 몇 시간 이상 들거나 땀 한 방울을 흘리지 않고 수십kg의 물건을 하루 종일 바닥에서 책상 위로 옮길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제이콥슨 박사 스스로 XOS 외골격을 입고 90kg의 역기를 500회나 쉬지 않고 들어 올린 적도 있다. 그가 500회에서 실험을 멈춘 것은 피곤해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져서였다. ■ 수천분의 1초와의 싸움 그렇다고 XOS 외골격이 DARPA가 원하는 궁극의 외골격 로봇은 아니다. DARPA의 목표는 평균 체력의 병사가 수백kg의 배낭을 메고 며칠간 쉬지 않고 행군할 수 있으며 한두 명의 부상병을 짊어지고 전장을 신속히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방탄 능력에 더해 맨몸일 때보다 높이뛰기를 더 잘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다. 힘과 속도ㆍ내구성ㆍ민첩성ㆍ유연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이콥슨 박사는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일단 24시간 동력을 제공하는 휴대형 동력장치, 가볍고 강력한 인공근육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가장 큰 난제는 인간 움직임과의 완벽한 동화”라고 설명했다. 병사가 팔다리를 움직일 때 외골격이 동시에 반응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지연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엄청난 저항력을 느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수천분의1초 만에 착용자의 움직임을 읽고 그 힘과 방향을 예측해 외골격이 즉각 반응해야 한다. XOS 외골격이 최고의 외골격 로봇으로 인정 받는 것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냈기 때문이다. 실제 제이콥슨 박사 연구팀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ㆍUC버클리 등과 함께 수년간의 연구 끝에 30개의 액추에이터와 인체를 완벽히 모방한 인공 힘줄, 초정밀 압력센서를 활용해 XOS 외골격을 저항도 전혀 느낄 수 없는 외골격 로봇으로 탄생시켰다. 등과 손잡이ㆍ발에 부착된 센서들이 메인 프로세서에 초당 수백~수천회의 신호를 보내 착용자가 미처 힘을 주기도 전에 움직임을 예상, 액추에이터와 힘줄을 움직이는 것이다. ■ XOS 외골격의 경쟁자들 물론 XOS 외골격에도 취약점이 있다. 바로 동력공급 시스템이다. DARPA가 요구하는 외골격 로봇의 최소 운용시간은 4시간인데 XOS 외골격은 최대 40분의 동력밖에 공급하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는 UC버클리의 화물운반용 외골격 로봇 ‘엑소하이커(ExoHiker)’와 매사추세츠공대 군사나노기술연구소의 하체 외골격 로봇 ‘MTKP’가 선두주자다. 이중 엑소하이커는 구동시간이 최대 20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어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졌지만 설계자인 호메이운 카저루니 박사는 걸음을 내디딜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재충전해 동력공급 능력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한다. 일본 사이버다인사의 의료용 외골격 로봇인 ‘HAL-5’도 XOS 외골격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다. HAL-5를 입으면 여자 간호사 혼자서 거구의 중환자를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이미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렌털 방식의 상용화 서비스가 개시됐다. 다만 HAL-5의 제어 시스템은 착용자의 걸음걸이를 학습ㆍ모방하기 때문에 착용 후 30여분이 지나야 사람과 완벽하게 동화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외에도 미 육군의 내틱연구센터(NSRDEC)ㆍ버클리바이오닉스사 등에서 외골격 로봇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제이콥슨 박사는 “언제쯤 아이언 맨과 같은 첨단 로봇 슈트가 개발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현재의 기술개발 수준을 감안할 때 2020년이면 5톤 트럭을 들어 올리는 강력한 파워와 완벽한 방탄 기능, 자가치료 기능, 24시간 동력 시스템 등이 장착된 지능형 외골격 로봇의 탄생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 5톤 트럭을 들어 올리는 팔 MIT의 화학자인 티모시 스와거 박사 연구팀은 전기가 통하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신개념 폴리머 소재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이 소재로 만든 인공근육은 인간의 100배에 이르는 힘을 발휘한다. 개발자: MIT ISN 실용화 예상: 2018년 [2] 경량 방탄복 MIT의 네드 토머스 박사는 기존 방탄소재의 빽빽하고 경직된 분자구조를 트러스 형태로 재설계하고 있다. 재설계가 마무리되면 무게는 줄어들고 강도는 향상된 방탄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자: MIT ISN 실용화 예상: 2018년 [3] 자가 발전 동력원 병사가 걷는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자가발전 동력 시스템을 올해 중 버클리 바이오닉스사가 개발할 예정이다. 감속이나 제동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하이브리드 카와 유사한 방식이다. 개발자: 버클리 바이오닉스 실용화 예상: 2008년 [4] 맞춤형 기능전환 시스템 미래의 외골격 로봇은 팔뚝의 제어장치를 통해 특정 상황에 필요한 특정 동작을 신속히 수행할 수 있다. 일례로 위험지역에서 신속히 탈출해야 할 경우 버튼만 누르면 단시간 동안 최대의 파워를 제공한다. 개발자: 레이시온 사코스 실용화 예상: 2009년 [5] 자가 치료 슈트 병사가 부상을 당하면 슈트가 출혈을 감지, 인공혈관을 통해 지혈제를 투여한다. 평상시에는 혈압ㆍ심장박동 등 병사의 건강상태를 원격지 의료팀에게 실시간 전송한다. 개발자: 미 육군 내틱연구센터, MIT ISN 실용화 예상: 201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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