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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입력1999-09-17 00:00:00
수정
1999.09.17 00:00:00
그게 위험한 돈놀이라는 것, 금융피라미드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았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소위 당국이라는 조직도 그것을 모를리는 없었다.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들 위태위태하다며 뭔가 대책이 나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국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단속할 근거법이 없다』고 책임회피로 일관했다.결국 검찰이 양재혁(梁在爀)삼부파이낸스 회장을 수사하면서 그 불씨는 「대폭발」로 이어졌고, 당국은 그제서야 누구를 고발하느니 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 사태가 벌어졌으니 덤터기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발상이다. 또 한번의 면피주의가 아닐 수 없다.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취지로 설립된 삼부파이낸스의 경우 설립초기부터 1년짜리 정기예금의 경우 당시 법정최고한도(97년12월 이자제한법 폐지)인 연이율 25%를 넘는 26%이상의 이자를 제시하면서 3년 정기예금을 하면 103.9%의 이자를 지급한다며 공공연히 수신업무광고를 했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자 파이낸스사가 예금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일반 상법상의 주식회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 처음부터 대형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삼부파이낸스는 고이자를 미끼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불법 수신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자유예금·정기적금 등 각종 예금통장 1만2,000여개를 제작중인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은 소극적으로 수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금융감독원도 당시 『현행법상 조사할 권한이 없다. 경찰에서 할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틈을 타 삼부파이낸스는 노골적으로 해오던 불법수신업무를 형식적으로 주주출자, 투자조합 등의 방식으로 바꿔 위법성시비를 희석시켰으며 이에 편승해 다른파이낸스사들도 앞다퉈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부산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국세청 등에서도 수차례 내사와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뚜렷한 결과없이 흐지부지됐었다.
도무지 말이 안된다.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게 첫번째 책무아닌가. 재벌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몽매한 백성들이 피땀흘려 모은 돈을 날리게 된 판에 「투자란 자기책임하에 하는 것」이라는 말만 되뇌이고 있는가. 그게 대통령이 취임식 때 선서한 『나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의 실천인가.
물론 고율배당에 혹해 금시발복(今時發福)할 것처럼 돈뭉치를 싸들고간 투자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뻔히 대형사고가 날 것으로 예견됐는데도 이를 방치하다시피한 당국의 태도는 이젠 어떠한 대책으로도 무너진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할 것이다. 『또야!』라는 비탄이 터지고 있는 지금 당국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의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진즉 할 일이지, 정말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그들의 행태는 예나 별로 달라진게 없다.
金熹中사회부차장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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