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가 가난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녀들의 풍요와 안락을 행복의 1순위로 정해버린 채 사교육으로 내몬 것은 아이들을 풍요한, 그러나 더 넓은 새장에 가둔 격입니다." 서진완(49ㆍ사진)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생들을 상담하면 머릿속에는 진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을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서 교수는 "부모의 결정에 순종하며 사교육 등으로 공부한 덕에 대학에 입학하고 예능ㆍ체육 등 못하는 게 없을 뿐 아니라 아는 것도 많지만 스스로 판단해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은 키우지 못했다. 스펙은 화려하지만 앞만 보고 따라가는 새장 속 오리새끼가 돼버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두 자녀에게 사교육을 일체 시키지 않아 주변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그는 "부모가 풍요와 안락은 줄 수 있지만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결국 아이들은 다 자란 후에 새장을 나오면서 시행착오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겪게 된다. 새장을 나오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가주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3년 전 초등학생 아들과 35일간 807㎞에 이르는'순례자의 길' 산티아고 프렌치 루트(French root)를 완주했다. 일기처럼 썼던 여행일지와 기억을 더듬어 최근 '길 위의 공부(웅진리빙하우스 펴냄)'도 출간했다. 그는 "살아가는 데 배워야 할 소중한 가치가 길 위에 정형화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했다"며 "걸으면서 인내를,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로 배려를, 일정을 결정하면서 협상을, 그리고 매일 짐을 싸면서 꼭 필요한 것만 가지는 무소유 정신을 터득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의 불확실성은 자녀를 일으켜세우는 동력"이라며 "경제의 불확실성은 적을수록 좋지만 부딪치면서 성장하는 여행의 불확실성은 클수록 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여행을 통해 아들과 인생의 동지가 됐다고 행복해 하는 그는 학교에서는 멘토를 자청한다. 서 교수는 "길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공부의 필요성과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며 "수업이 재미없으면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만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행정학 수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교양수업인 '한국정부론'을 '?o미(뭐임의 오타로 질문을 할 때 사용하는 채팅용어)론'으로 바꾸고 토론ㆍ발표 등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그는 3회 연속 인천대 최우수강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85명 정원인 강의가 10분이면 신청이 마감된다고 자랑하는 그는 "정부의 다양한 활동이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부분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개설했다. 한마디로 줄이면 '정부가 국민에게 뭐냐'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변화의 최일선에 서서 혼란을 겪는 학생들은 훈계의 대상이 아니라 격변하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역"이라며 "교수는 '혼란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에 서서 변화의 트렌드를 짚어내 학생들이 자신의 관점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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