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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본 거장 감독이 말하는 직장인 처세

■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오시이 마모루 지음, 현암사 펴냄


영국 첩보기관 MI6는 고위간부 네 명 중 하나가 러시아 KGB의 이중 스파이라는 첩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과거 MI6 조직의 이인자였던, 이제는 한직으로 밀려난 스마일리에게 스파이 색출의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스마일리는 한 호텔에 엎드려 꿈쩍도 않는다. 그저 이리저리 조사시키고 감시하며 먼지만 일으킨다. 되려 몸이 단 상대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것. 2011년 개봉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절제된 영상과 곳곳에 숨어있는 복선으로 가득한 영화다. 꽤 집중하지 않으면 앞부분을 돌려보기 십상인 이 영화에서 저자는 바로 이인자, 'No.2'의 처세를 들여다본다.

"이인자란 가장 재미있는 위치다. 항상 일인자 곁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기에 위아래를 두루 살필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는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인자다." (p143)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낯설기 쉽지만,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공각기동대'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일본에서 유일하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유명 인사다.

그런 그가 뜻밖에 직장에서의 처세를 말한다. 직장 경험이야 문외한에 가깝겠지만, 조직이라면 영화감독으로서도 할 말이 많은 모양. 언뜻 빈정거림 가득한 책 제목으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라도 권하는 것 같지만, 1949년 작 미국 전쟁영화 '정오의 출격'에서 저 유명한 007시리즈 중 2012년 개봉한 '스카이폴'까지 9편의 영화를 끄집어내 인생을 가리킨다. '영화로 읽는 직장생활 바이블'이라는 부제도 거창하다.



다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스마일리로 돌아가, 오시이 감독은 본인 역시 촬영 현장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먼저 배우와 스태프에게 지시하지 않는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가운데 중심을 잃지 않고 작업을 진행해갈 뿐이다. 적극적인 지시를 즐기는 감독은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유는 하나다.

"내 쪽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기 시작하면, 결국 내가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나를 둘러싼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기가 힘들다." 이인자는커녕 그저 '미생(未生)인 입장에선 언감생심인 얘기지만.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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