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로 동북아시아에 핵개발 도미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일본이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 경우 이에 자극받은 한국은 물론 대만까지 핵개발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 미국 CNN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일본은 수개월 내, 한국은 1~2년 내 핵개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 평화적 이용 목적을 전제로 핵 관련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본이 개발하면 한국도 한다”=단초는 북한이 제공했지만 동북아지역의 경쟁적인 핵개발의 기폭제는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가장 우려하는 것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한 곳에서 핵을 개발할 경우 한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도 이 틈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안에 핵폭탄을 만들 충분한 기술과 설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지난 2004년 말 현재 43.1톤이나 보유하고 있다. 세계 제4위의 규모다. 그 때문인지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우방들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18일 일본을 방문, 아소 다로 일본 외상과 회담 후 “미국은 일본을 방어해줄 것이며 그럴 능력도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흐름이 미국 측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아소 외무장관이 최근 국회 답변에서 일본 핵무장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일본의 분위기를 감지, 우리나라 역시 ‘일본이 하면 우리도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핵 개발을 위한 제약요건은 많지만 기술력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다”면서 “일본이 관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8일 열린 한명숙 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 당ㆍ정ㆍ청을 대표하는 여권 수뇌부 4인 회동에서 여당은 최근 일본 지도층에서 연이어 핵무장 관련 발언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정부 차원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핵개발 능력은=우리나라의 핵기술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미국에서는 일본과 한국ㆍ대만 등은 이미 상당한 핵기술력을 보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폭탄을 제조할 역량을 갖췄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1년에 몇 번씩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돼 있는데다 군사용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루토늄 추출이 철저하게 봉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평가이다. 미국의 국제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도 일본ㆍ이란ㆍ대만ㆍ시리아ㆍ한국 등 5개 국가를 10번째 핵보유국 후보 리스트로 선정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우라늄 농축시설, 핵연료 재처리시설 등 핵 관련 시설을 ‘일절’ 보유할 수 없다. 2004년 IAEA는 한국이 통보하지 않고 2000년에 우라늄농축실험을 한 것에 대해 조사팀을 파견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감시’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기술은 상당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한 핵 관련 전문가는 “핵을 무기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높은 순도의 우라늄을 추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추출한 U-235 농도를 90% 이상 끌어올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이고 원자력발전기술을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등 핵과 관련된 기술이 남다르다. 다만 플루토늄 처리시설 등도 없고 국제사회의 견제 등을 감안할 때 핵 개발까지는 난관이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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