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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실탄도 경기불씨 살리기 역부족… "3%성장도 버겁다"

■ 더블딥 암운 드리운 한국경제

안팎 악재 첩첩… 내수·수출 구조적 불황 허덕

메르스로 저유가·저금리 호재 활용 기회 놓쳐

"일시 침체 아닌 성장궤도 완전 이탈 가능성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그려보면 정확히 알파벳 'W'자다.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로 급전직하했던 우리 성장세는 약간의 등락은 있으나 2013년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다만 회복의 강도는 예년에 비해 훨씬 약했다. 2013년 2·4분기 때 2년3개월 만에 성장률 1%를 찍은 데 이어 이듬해 1·4분기에도 1.1%를 기록한다. 분기마다 1%씩 성장해 연간 4% 성장 목표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성장궤도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2·4분기. 전국을 추모 열기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극은 성장률을 0.5%로 추락시켜버렸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세월호 쇼크를 장기적인 회복세를 유지한 채 일시적 정체를 보이는 '소프트패치'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회복세는 주춤한 게 아니었다. 지난해 4·4분기 재정절벽에 성장률은 0.3%로 확 주저앉았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46조원에 이르는 거시 패키지를 동원했건만 세수 펑크를 메울 길이 없어 재정여력이 고갈된 것이 결정적이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내수가 미약한 상황에서 올 들어 6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마이너스는 설상가상이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발 내수 불황은 경제를 빈사 상태로 몰고 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기동향실장은 "우리 경제가 2013년 2·4분기부터 금융위기의 타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세월호 사태로 소프트패치에 빠지더니 연말 재정절벽, 올해 메르스, 수출부진으로 회복세가 완전히 꺾이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관심은 과연 우리 경제성장세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다. 정부가 더블딥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22조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정치권의 지형은 신속한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타이밍이 생명인 추경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성장 엔진을 다시 데우는 데 그만큼 힘이 들게 된다. 그나마 이 정도의 경기부양 실탄으로 경기 물줄기를 제대로 돌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메르스에 의한 내수 타격은 추경으로 메울 수 있겠지만 문제는 수출이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지출은 곧바로 국내총생산(GDP)의 정부지출 항목에 반영돼 성장률을 일부 올리고 취약업종 지원으로 메르스 타격도 상쇄할 수 있겠지만 수출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이 세계 교역량 둔화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으며 최근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 급락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막대한 경상흑자로 나 홀로 강세 기조를 보이는 원화 가치도 지속적으로 우리 수출을 짓누를 것으로 우려된다.

GDP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소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 저금리, 자산가격 상승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로 소비 흐름이 꺾였다"고 평가했다. 고령화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소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소비 회복세를 저해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창 휴가계획을 짤 시기인 6월에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 성수기인 7~8월에도 외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는 점도 악재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민간소비는 완만한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투자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출위축이 기업투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하반기 설비투자 위축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나마 주택경기가 꿈틀거리며 건설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나 전체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우리 경제가 연간 3%씩 성장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2015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성장률을 종전 3%에서 불과 2개월 만에 2.6%로 대폭 낮춰 잡으며 "내년에도 3%대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수출과 내수가 구조적 부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경제가 2%대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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