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확 깨어난다. 아이디어가 즉각 행군을 개시한다. 마치 군 대대가 전설적인 전투장으로 행진하면서 전의가 충전되는 듯하다. 그 옛날의 기억이 떠밀려 오며 선명한 깃발이 높이 세워지고 은유의 기병대가 장엄한 속력으로 배치된다. … 형상과 모양, 인물이 불쑥불쑥 솟아나면서 종이가 잉크로 뒤덮인다. 밤의 작업은 이 까만 물의 분출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 전투가 까만 가루로 개시되고 종료되는 것처럼."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당시 유행하던 카페오레(우려낸 커피에 우유를 첨가한 것)을 즐기지 않았다. 볶은 커피를 곱게 갈아 물도 거의 없이 빈속에 털어넣었다. 전하기로 보통 하루 에스프레소 50여잔, 많게는 100여잔까지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으로 알려진 커피는 10세기쯤 페르시아에서 처음 기록으로 나타난다. 시대에 따라 최음제, 관장제, 신경 강장제, 수명 연장제로 처방되어온 커피는 이슬람 문화권을 거쳐 유럽에 전파돼 17세기면 커피하우스와 함께 광적인 인기를 끈다. 20세기 들어서는 미국 대량생산 체제와 마케팅에 힘입어 중산층의 기호음료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커피는 우리에게도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로베리우 실바 국제커피기구(ICO) 위원장은 한국이 아시아 커피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커피 소비량은 6조원이 넘고 이중 원두커피 비중이 40%에 달한다. 또 국내 음료시장의 53%를 차지하고, 1인당 연간 484잔 정도를 마신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아직 1인당 커비 소비량으로는 세계 35위 수준이지만, 2000년 이후 50% 이상 늘어났다.
'코카콜라의 경영기법', '전염병 탐색', '기억의 희생자들'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는 커피의 발전사와 경제ㆍ사회ㆍ정치적 영향, 현재 인기를 끄는 제조 스타일과 프랜차이즈까지 커피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망라하고 있다. 여전히 커피 프랜차이즈의 최상단에 위치한 스타벅스와 요 최근의 경향인 스페셜티커피,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제 값을 주자는 공정무역 운동까지도 언급한다. 특히 책 말미에 부록으로 붙여진 '완벽한 커피 추출을 위한 팁'을 읽다 보면, 커피콩을 굽고 갈고 추출하는 조용한 커피하우스가 당긴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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