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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명분 쌓기

세계 경기 고려한 美 금리동결

책임 피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 한국, 달러 폭등 대비책 세워야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군에 입대해 처음 총을 잡게 되면 먼저 영점사격을 한다. 사람마다 조준하는 시각이 다르다보니 조준점과 탄착점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 본 사격에 앞서 이러한 차이를 가늠쇠를 통해 조정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영점사격을 했을 때 탄착점이 표적지 전체에 흩어져 있을 경우 가늠쇠를 가지고 이를 조정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영점사격시 중요한 것은 탄착점의 평균이 표적지 중앙에 모이느냐는 것보다 위치에 관계없이 산발되지 않고 한 곳에 모이느냐는 것이다. 통계학 용어로 하면 탄착점의 편이(bias)가 0에 가까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표준오차(standard error)가 낮은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이전 옐렌 연준 의장이 올해 내로 인상할 것을 강력하게 시사했기 때문에 기회는 이번 달과 다음달, 그리고 12월이 있었는데 이번 달은 결국 동결로 귀결됐다.

문제는 금리 동결후 시장의 반응이다. 동결 발표 다음날 다우지수가 290포인트 하락했다. 그렇다면 왜 동결 결정이 이런 반응을 불러 왔을까? 그 이유는 옐렌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찾을 수 있다. 옐렌의장은 1시간의 기자회견 중 중국을 6번, 글로벌 경제를 10번이나 언급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경제의 활력을 일부 감소시킬 수 있으며 특히 중국 및 신흥국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미국 경제도 이러한 영향을 받을 우려감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연준의 경제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강변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종합하면 미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시장이 네거티브하게 반응한 것은 옐런 의장의 발언 자체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더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중국경제 및 신흥국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가 금리 인상의 선결 조건이라면 이는 몇 달 안에 해소될 성격이 아니다. 중국과 신흥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 역시 최근의 뉴스도 아니다. 따라서 도대체 무슨 시그널을 보고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결정할지 모르겠다는 시장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월가의 한 전문가가 ‘연준이 현실적으로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기다리는 몽상가와 같다’라는 독설을 날린 것도 미 연준이 바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불러 일으키는 장본인이라는 점을 강변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견조하다. 2·4분기 성장률이 3%를 상회했고 실업률은 5.1%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저금리의 또다른 부작용인 자산가격의 버블 조짐은 농후하다. 따라서 국내 경기만 생각한다면 미 금리 인상을 더 늦출 명분이 없다.



필자는 이번 금리동결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명분 쌓기 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 연준의 과거 행태를 보면 금리결정에 있어 글로벌 경제에 대한 고려를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경기의 양극화로 경제가 ‘나 홀로 회복’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자국의 경제 상황만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할 경우 이기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특히 94년과 2005년 금리 인상 후 2~3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점을 고려할 때 사후적으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있어 글로벌 경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사실은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이번 금리 동결에 상관없이 철저히 대비를 해야한다. 특히 미국의 달러 가치 폭등에 대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포지션 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제도 등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세트외에 한일관계 악화로 종결된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대체할 다른 수단을 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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