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여 /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 얼운 님이 오신 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동짓달 밤을 베어내 보관해 놓던 황진이가 안방극장에서 선을 보인다. KBS 2TV는 11일부터 매주 수ㆍ목 오후 9시55분에 ‘황진이’(극본 윤선주, 연출 김철규)를 방송한다. 드라마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생 황진이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그려낼 전망이다. 황진이(하지원)는 황 진사와 가야금의 달인인 기생 현금 사이에서 태어났다. 황진이는 종모법(자식의 신분은 어머니를 따르는 것)에 따라 기생이 돼야 하는 운명. 현금은 자신의 딸이 기생이 되는 게 싫어 진이를 사찰에 맡긴다. 하지만 운명은 피할 수 없는 법. 산보를 나갔다가 기생들의 화려한 모습을 보게 된 황진이는 제 발로 송도 교방을 찾아간다. 이후 피나는 연습 끝에 황진이는 최고의 기생으로 거듭난다. 양반집 자제와 사랑을 하게 된 황진이는 그와 야반도주를 시도하지만 교방의 우두머리 격인 백무(김영애)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백무를 미워하게 되는 황진이. 그는 교방의 2인자인 매향(김보연)과 함께 백무를 교방의 1인자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드라마는 한 인간으로서의 황진이에 주목한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애와 삶을 추구했던 여느 사람과도 비슷한 황진이의 삶에 방점을 두는 셈이다. 여기에 백무와 매향 간의 갈등 관계가 드라마 전개의 한 축으로 더해진다. 백무는 기생의 정신과 자존심을 중시하는 인물이고 매향은 기예와 출세를 지독히도 바라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싸움은 예를 중시하느냐 기술을 중하게 보느냐 하는 갈등이다. 그만큼 삶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제작진은 “자유로운 삶을 꿈꾼 황진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그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