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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발전에는 열렬한 국민적 지원과 세대를 거듭하며 성장한 스타 플레이어가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경제발전도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저가 노동력이 성장요인이었고 이어 자본축적에 의한 중화학공업이, 최근에는 첨단기술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ㆍ애플 간의 법정 공방에서 보듯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첨단기술의 보유 여부가 국제경쟁력을 결정한다.
복지에 밀리면 국가경쟁력 악영향
하지만 첨단기술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실패확률도 높아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개발을 전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 장기간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연구, 실패할 확률이 높은 창의적 연구, 미래지향적 연구 등 첨단기술의 연구개발에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한결같이 미래의 과학기술비전을 제시하고 정부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을 추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08년 약 11조원이던 국가연구개발투자는 올해 약 16조원으로 증가했고 교수의 연구를 주로 지원한 개인기초연구투자는 3,64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장기적 투자로 논문ㆍ특허 건수가 빠르게 증가해 세계 10위권에 육박했다. 양적 성과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 세계 30위권 수준이고 특허 실용화 정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과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이 올해 끝나고 내년부터는 새로 수립된 계획이 시행된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국가과학기술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예산의 증가추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미 충분히 지원했다는 자기만족적인 정책 마인드로는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강소국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은 국가경쟁력을 과학기술에 의지해야 하기에 공격적으로 투자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늘려나가야 한다. 정부가 투자하는 연구의 절반가량이 산업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간의 연구개발투자가 국가 총 연구개발의 4분의3을 차지하는 현실에 미뤄볼 때 정부 연구개발투자마저 단기 산업개발에 집중된다면 미래를 위한 준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선택과 집중의 개념이 확립돼야 한다. 과학기술수준이 도약하려면 경쟁력 있는 분야, 우수 연구자가 세계최고 수준을 넘을 수 있도록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연구개발 저변을 보호ㆍ육성하는 파종 위주의 풀뿌리 지원정책이었다면 이제는 파종 후 발아된 우수 연구를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해 착근ㆍ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 우수 연구과제를 효율적으로 지원해 실패위험은 높지만 창의적ㆍ미래지향적인 연구를 유도하는 관리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풀뿌리 지원서 선택과 집중 전환을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된다면 과학기술의 질적 수준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노벨상 수상자들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연구개발투자 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세계경제 위기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면 복지 등의 예산수요 증가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당장 배를 곯아도 자식 교육에 전력 투자하던 부모들의 자세를 본받아 연구개발을 위한 예산을 늘려가야 한다. 비교대상 선진국들이 경제적 상황으로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국가적 지원으로 과학기술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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