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유석의 '사진의 결정적인 순간'] (3) 포토샵의 정치학

사진= 위에서부터 한겨례, 동아, 조선일보 1면사진

사진=(좌)타임지에 표지 (우)뉴스위크 표지

연예인의 흐트러진 모습이나 신체적 단점이 드러나는 소위 ‘굴욕사진’이라 불리는 이미지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다. 연예인 굴욕사진은 소속사에서 제공하는 프로필 사진이나 잡지 화보의 예쁘고 멋진 모습과 실제 모습이 거리가 멀수록 인기가 높다. 굴욕사진의 출처는 대부분 TV 방송 화면캡처와 신문보도사진이다. 사실 촬영자가 연예인에 대해 미운 감정이 있어서 굴욕사진을 찍어 내보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미디어 이미지는 대상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위적 조작이나 가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피사체가 ‘굴욕’의 모습을 보이든 ‘우월’한 미모를 뽐내든 그대로 내보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다.

디지털사진이 도입되고 사진 수정 프로그램의 발달로 클릭 몇 번이면 순식간에 사진의 성질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SNS 등 개인의 영역에서는 자신이 의도대로 사진을 재가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사진이 가공을 거쳤을 때, 그것이 때로는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010년 11월 북한은 기습적으로 연평도를 공격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도서 지역이라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마침 사건 현장에 있었던 주민이 제보한 사진 한 장을 가지고 많은 신문사가 1면에 같은 사진을 쓰는 드문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원본 사진 파일은 모두 같은 것은 분명한데, 1면에 실렸던 사진의 톤은 각기 달랐다. 특히 연평도를 휩싸고 있는 포연의 색깔이 더 짙기도 했고, 포연의 범위가 언론사마다 달랐다. 소스는 같지만 사진 보정을 통해 상황의 위중함이 달리 보이기에 충분했고, 왜 실제보다 더 위중하게 보여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1994년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이 전처와 그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을 당시, 경찰이 제공한 동일한 사진이 잡지 1면에 실렸다. 하지만 타임지와 뉴스위크의 사진의 톤은 달랐다. 타임지는 O.J 심슨의 모습을 더 검게 표현하여, 그를 험상궂어 보이게 하면서 마치 유죄를 암시하는 이미지를 실었다. 경찰이 배포한 사진은 뉴스위크지에 실린 사진에 가까웠기 때문에, 타임지의 인위적인 조작은 기자의 윤리문제와 인종차별 논란을 낳았다.



위의 두 사례는 원본 파일이 동일했기 때문에 사진을 수정한 의도를 의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수 촬영자가 다른 데이터들을 생산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사진이 어떻게 가공되는지 알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카메라와 우리 눈은 다르므로 100% 현장과 같은 사진은 개념 속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어두운 곳에서는 플래시를 터트리기도 하고, 너무 밝거나 어두운 사진은 밝기를 조절하여 실제현장과 유사하게 만든다. 이러한 보조수단을 이용한 사진 수정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조작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논란이 되는 지점은 언제나 사진 속에 내재해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 굴욕사진은 본인에게는 정말 피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굴욕사진이야 말로 보이는 진실에 충실한 무공해(?)사진 일 수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