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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14일] 병원 투자개방, 더 미룰 수 없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병원의 부도율이 평균 10%를 넘나들고 있지만 정부는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병상 공급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9배나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시스템으로 그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삼정KPMG가 지난달 병원장을 포함한 80여명의 의료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의료산업 선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설문 조사한 결과 39%가 투자개방형 병원(영리의료법인) 허용을, 18%가 의료 관련산업의 융합화를, 11%가 u헬스케어 활성화를, 10%가 병원의 대형화ㆍ전문화를 꼽았다. 부실 병원 경영 정상화에 기여 위기 해결의 단초를 투자개방형 병원 등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투자개방형 병원의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관련단체와 이해관계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 의료산업 개방ㆍ육성이 본격화되고 있고 국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 등 의료산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태국은 연간 150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병원을 키워냈다. 최근에는 일본ㆍ중국도 동아시아 의료전쟁에 본격 가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높은 대외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걸음 비켜 서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의료산업 선진화를 위해 담당할 핵심역할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의료산업의 프런티어다. 삼성ㆍ현대ㆍ한진ㆍ두산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이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병원들이 따라 하기 힘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기존 병원들이 이미 첨단장비와 양질의 의료진을 갖춘 상황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세계최고의 선진 진료 시스템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계가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이 될 것이다. 둘째, 한계병원 해결사다. 병상 수요와 공급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병상은 3분의1 이상 감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문을 닫는 대부분이 지방의 중소병원인데 기존의 비영리병원은 이들을 정상화시킬 만한 자금력도 경영역량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정부도 지원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허용되면 경영권을 확보한 뒤 병상 축소 등 강력한 구조조정과 합리적 투자를 통해 한계병원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병원이 겨우 연명하면서 낮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문을 닫아 의료공백이 생기도록 방치하는 것보다는 경영 정상화를 통해 적정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증대에 더 도움이 된다. 대기업 독식등 부작용은 보완을 우리나라의 비영리병원은 지금까지 의료 안전망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동아시아 차원의 의료전쟁과 한계병원의 몰락이라는 의료산업의 양 극단에서 벌어지는 이슈까지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역량의 공백을 매워 줄 보완재가 바로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의료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병원에 대한 투자의 빗장을 풀고 문을 열어야 한다. 이제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 여부를 놓고 논쟁할 단계는 지났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기업의 시장 독식, 지나친 이익 추구, 저소득계층 의료보장 소홀 등 예상되는 부작용은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돼야 한다. 의료는 산업 이전에 사회보장 차원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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