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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민노총] (하) 노동운동이 변해야 경제도 산다

'정치' 아닌 '실질적 정책' 투쟁을<br>조합원은 생계 걱정하는데 정치투쟁 고집 신뢰 잃어<br>노조도 투명성 높이고 합리적 정책개발 힘써야

민주노총이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으려면 정치파업을 자제하고 정책개발에 몰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민노총 지도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장의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요란한 정치선동 구호가 아닌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선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 4월 민노총을 전격 탈퇴한 인천지하철노조의 이성희 위원장은 민노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현장과 괴리된 운동노선을 꼽았다. 조합원들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는데 민노총은 갖가지 현안에 개입하며 정치파업을 벌이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다 보니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치투쟁 아닌 정책개발 선택할 때=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민노총을 탈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쟁이 일정한 선을 넘어 정상적인 기업활동마저 저해하면서 회사와 노조가 함께 공멸하는 길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박준성 전 한국노사관계학회장은 “노동조합의 특성상 정치적인 성격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정치투쟁이 40%라면 나머지 60%는 조합원들의 고용문제, 근로조건 개선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투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정치투쟁 일변도의 정치적 조합주의가 아닌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와 직결된 정책적 조합주의를 꼽았다. 박 전 회장은 “노동운동이 조합원들을 위한 정책개발과 홍보 등에 치중할 때 노동운동과 경제발전이 선순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노동이 자본과의 대립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장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이야말로 천연자원이 하나 없는 우리나라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며 “노동도 이제 주인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들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의 목소리 반영해야=이 위원장은 지난 17일 있었던 KT노조의 민노총 탈퇴에 대해 “현장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 상급단체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터진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즉 민노총이 상급단체로서 조합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이나 실질적인 법ㆍ제도의 개정보다 집회나 시위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고수해 산하 노조들의 신뢰를 잃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정연수 위원장도 민노총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민노총의 운동노선이 아직도 이념에 갇혀 있다 보니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념을 택할 것인지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노조 스스로 투명성 갖춰라=민노총이 한국사회의 노동운동에 기여한 바는 없지 않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은 민주 노동운동의 한 축으로서 한국사회의 노동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대가 변했음에도 민노총은 여전히 1987년식 민주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제 민노총이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대신 논리를 갖고 여론의 지지를 획득해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노동단체가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만 놓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구체적인 노동 이슈를 갖고 치열하게 정책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첫번째 목적은 조합원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영향력 행사에 있는 만큼 민노총도 이제는 관행처럼 굳어진 정치투쟁을 버리고 합리적인 정책개발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 외에 여론의 지지까지 등에 업고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축적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정치투쟁을 하기 전에 실력을 먼저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예로 “노조가 사측의 인사경영에 무턱대고 관여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회사의 경영실적 데이터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이와 같은 정책중심의 노조활동을 표방하며 2007년 국내 최초로 노조 내 노동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초대 소장을 맡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17일 사측과 15년 연속 무분규와 최초 무교섭 임금 타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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