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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76> 운명의 반쪽을 찾아서


‘내 인생의 반쪽 정말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있기는 한 걸까?’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미혼남녀라면 한번쯤 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교제중인 상대가 없다면 99%, 교제중인 상대가 있다 해도 필이 꽂히지 않는다면 50%쯤은 자문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모자랄 판에 ‘필(feel)’을 찾는다는 게 묘하다. 그야말로 ‘느낌 적인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건데 단어만 놓고 보면 신중함과는 영 접점이 없어 보인다. 반쪽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필’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직접 듣고 목격한 경우를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사랑의 운명론자다. “그를 보자마자 생각했어요. 아,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에 빠지면 섭섭하기 까지 한 흔하디 흔한 레퍼토리다. 단어 그대로 느낌이다. 그것도 첫 눈에. 이런 종류의 운명론자들은 하늘이 정해준 짝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될 거라는 메시지를 곳곳에 전파한다. 그리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어쨌든 알 수 있을 거란다. 감전된 듯 짜릿하거나 상대방만 자동 슬로우 모션 처리 된다거나 후광이 비친다거나 그 때 그 때 달라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그런 감정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오랜 연인이다. “희로애락을 함께 한 사람, 그래서 마치 내 일부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반쪽이지” 함께 한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감정의 민낯을 보여 줄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누구나 연애 초기에는 정제된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지 않던가. 그러다 팽팽하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시기가 온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손놀림이 예전만 못해지는 것이다. 본인을 절제하고 다스려가면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무던히도 애를 쓰다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공유의 범위는 슬픔, 분노처럼 부정적인 영역까지 확대되고 공유의 빈도 역시 많아진다. ‘콩깍지가 벗겨진다’는 표현은 아마 이때부터 적용되는 듯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찾으려면 우선 오래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지막으로 타이밍 신봉자다. “결국은 타이밍이야, 내가 원할 때 곁에 있는 상대가 내 짝이 되는 거지” 이들은 운명의 짝은 본인이 준비된 순간에 만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상대방이 누구인가 보다 내가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할 마음을 먹었는가가 먼저라는 것이다. ‘아직은 일이 더 좋아요’ 혹은 ‘저는 음악과 결혼했어요’ 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도 이어지지 못할 거란 해석을 내놓는다. 가족의 테두리로 정착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맺어진 인연이 평생의 짝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사랑의 운명론자든 타이밍 신봉자든 간에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운명의 짝을 찾는 공식을 만들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물론 필이 꽂히는 그 찰나의 순간은 저마다 달라서 ‘이거다’라고 말은 못하지만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어떤 지점’쯤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결혼을 앞둔 친구는 찰나의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 선물 받는 게 큰 기대가 되지 않는 거야, 받고 싶은 물건이 생각나질 않았어. 대신 그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은 줄줄 뀄지. 아, 평생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이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필이 꽂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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