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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바벨탑과 랜드마크 사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지난 1984년. 서울 여의도 63빌딩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치솟는 고층빌딩은 남산과 높이가 불과 1m밖에 차이 나지 않았고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제일 높다고 했다. 서울 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감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63빌딩을 보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할 때 '저보다 더 높은 빌딩을 세우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다.

신 회장의 다짐은 그저 생각에 그치지 않았다. 그해 곧바로 서울시에 또 다른 초고층 건축물 건립 가능성을 타진했고 1988년 1,000억원을 들여 서울 잠실에 부지 8만7,770㎡를 매입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롯데타워ㆍ롯데월드몰)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계획서에 담긴 초고층 건물의 높이는 무려 100층이었다.

63빌딩도 높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기에 100층은 그저 한 기업인의 무리한 사업확장 욕심처럼 보였다. 도시계획 및 개발이 한창일 때라 서울시가 반대했고 비행 안전구역이라는 이유로 공군 측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 랜드마크를 꿈꾸는 신 회장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제2롯데월드는 당초보다 더 높은 123층으로 결정됐고 마침내 오는 14일 저층부부터 문을 연다.

30년 집념의 결정체인 만큼 제2롯데월드는 화려함과 거대함 그 자체다. 국내 최대 명품관에서 아시아 최대 면세점, 세계 최대 스크린을 보유한 시네마, 국내 최초 빈야드 스타일 음악홀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보지 못한 최신 시설이 줄줄이 들어선다. 그리고 롯데그룹은 강변한다. 이 결과물은 절대 92세 노 회장의 생애 업적 쌓기를 위한 '바벨탑'이 아니라고. 조국의 관광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혼신을 담아 세운 '랜드마크'라고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지만 제2롯데월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어떤 이는 중국인 관광객 등 연간 1억명이 찾을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 기업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은 탐욕의 바벨탑으로 쳐다본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아직 바벨탑과 랜드마크 사이에서 제2롯데월드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가 바벨탑이 아니라 아시아의 랜드마크임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국내 어떤 기업도 이처럼 큰 규모의 복합 쇼핑·관광·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운영해본 적이 없다. 롯데가 처음이다. 그렇기에 그룹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제2롯데월드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아시아 대표기업을 꿈꾸는 롯데가 더욱 비상할 수 있다. 신화 속의 바벨탑이 인간의 오만으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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