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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한가득 루블화 넣고 매장으로… 러시아 ‘공포의 사재기’

모스크바 중심가의 한 가전 매장이 TV와 노트북 등을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사진=ABC방송캡처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포르쉐 매장에 한 시민이 루블화로 가득 찬 여행용 가방을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을 맥심 레곤키크라고 밝힌 러시아인은 그 자리에서 포르쉐 1대를 현금으로 사들였다. 차가 필요해서 계약을 한 게 아니다. 사실 그는 이미 포르쉐 2대와 SUV인 로버 1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를 또 산 것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루블화가 휴지 조각으로 변하기 전에 현물로 바꿔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나는 차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내 재산을 안전한 자산으로 바꾸는 게 필요할 뿐이다”고 말했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러시아인들이 무작정 제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98년 국가부도 때의 모습이 최근 다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고급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재규어나 포르쉐 매장에는 자동차를 사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평소보다 50%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가전제품 매장에도 사재기에 나선 모스크바 시민들로 밤늦게까지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고객은 “내일이 되면 가격이 또 오를 것”이라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루블화를 쓰기 위해 매장에 왔다”고 설명했다.

긴 줄은 매장에만 늘어선 게 아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은행에는 아침부터 루블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 외신은 일반인들이 앞다퉈 루블화를 달러화나 유로화로 환전하면서 일부 은행지점의 외화 보유액이 바닥을 보이기도 했다. 스베르뱅크의 한 지점은 이날 10만 달러를 확보해 놓았지만 오후 7시가 되면서 100달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루블화 폭락으로 애플은 러시아에서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애플의 한 관계자는 “루블화의 변동이 너무 심해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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