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근로기준법상 한도 주 12시간)에 포함시키고 연장근로 규제 적용을 면제해주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 추가 고용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긍정론과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키고 기존 근로자들의 소득을 떨어뜨려 노사 대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찬반 입장을 들어본다.
●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
노동시간 단축은 미룰 수 없는 과제
생산성 향상·추가 고용 효과 기대
새해 들어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우리나라의 1년 노동시간은 우리가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444시간(지난 2010년 기준)이 길다. 한국 사람들이 OECD 국가들보다 1년에 평균 11.1주, 즉 2.6개월가량 더 일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대의 양적 투입 위주 노동시간 관행과 법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심화된 국제분업환경, 저출산ㆍ고령화, 고학력화와 여성경제활동 증가, 청년실업, 일과 가정의 양립 요구 등 경제사회환경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지적(知的)으로, 집중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노동시간을 조직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노동시간 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올 들어 정부가 새롭게 취하고 있는 정책은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포함과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축소다. 그동안 휴일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서 제외돼 기업들은 평일 연장근로 12시간, 토ㆍ일요일 16시간 등 총 28시간 일을 더 시킬 수 있었다. 중소기업들만이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해왔다.
노동법의 노동시간 규제와 관련,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나라는 없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근로기준법의 본래 취지에 맞춰 정책을 바꾼 것은 다행이다. 경영계에서 반발하고 있으나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통해 누려온 초장시간 노동의 혜택은 지속돼서는 안 된다. 새 정책을 바로 시행해도 대기업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는 일정하게 준비하고 이행하는 시기를 줄 필요가 있다.
새 정책 시행으로 휴일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은 평일에 일의 집중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휴일근로 50%의 할증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과 추가고용에 따른 상당한 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연장근로 규제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연장근로ㆍ휴일근로를 무한정 연장할 수 있어 근로자들의 건강ㆍ휴식에 대한 고려는 없는 셈이 된다. 이 제도는 1960년대 초에 만들어져 산업화, 산업의 고도화 등 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유지돼 낡은 것이 돼버렸다.
정부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가운데 상당수를 특례업종에서 제외, 주 평균 12시간의 연장근로 적용을 받게 할 방침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대한 정책을 50년 만에 손을 대다 보니 정부가 좀 더 과감하게 특례업종을 손보지 않고 통신ㆍ병원 등을 계속 특례업종으로 남겨뒀다는 것이 아쉽다. 이들 남은 특례업종의 경우 1일 11시간의 최소 연속휴식시간 보장, 월 최대 연장근로시간 규제를 신설해 현장에서 연장근로시간을 남용하지 못하게 막을 장치를 둬야 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두 가지 노동시간 정책의 변화는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중ㆍ대기업에서의 추가 고용을 통해 사회적으로 일자리 나누기, 일터 혁신, 노동생활의 질 향상 등 긍정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노동시간의 효율적ㆍ계획적 활용 능력이나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편하게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온 경영계는 일정한 시험기간을 거쳐 노동시간에 대한 새로운 전략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계기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노동시간을 기업의 필요, 근로자의 필요와 생애주기, 사회적 필요에 타협적으로 맞추어 그 길이, 노동 시간대를 조절할 수 있을 때 선진국형 노동시간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경기·수요변동에 대응하기 힘들고
근로자 소득 줄어 노사 대립 초래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한도 산입 논란이 산업현장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이 60여년간 일관되게 유지돼 온 터라 설 벽두에 나온 고용노동부의 발표는 상당히 당혹스럽다.
장시간 근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경영계도 공감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근로를 통해 극복해왔고, 장시간 근로가 노사 쌍방의 이해가 부합된 결과였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근로시간 제한 방침은 자칫 이화구화(以火救火ㆍ불로써 불을 구한다, 즉 폐해를 구해준다는 것이 오히려 폐해를 조장하거나 역효과를 불러옴)격의 적절하지 못한 수단을 강행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첫째,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수십년 동안 정부 지침을 준용해서 시스템을 운용하던 기업들을 향해 하루아침에 '그 내용을 뒤집을 테니 당장 근로시간을 줄이라'고 하면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선뜻 수용하기 힘들다.
둘째,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켜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기업이 경기ㆍ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나마 연장근로가 거의 유일한 유연성 확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최소한의 유연성 확보 수단마저도 사실상 금지하려 한다. 이러다가는 기업 경쟁력 악화로 근로시간만 단축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질지 모른다. 더구나 이는 기업들에 단지 인건비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설비ㆍ근무제도 변경과 인사관리 시스템 변화 등 엄청난 부담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셋째,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지금도 장시간 근로 문제가 정말로 심각한 상황에서 급진적인 제도 변화로 법정근로시간 한도를 인위적으로 낮춘다면 중소기업은 감당할 수가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단속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인위적인 제도 변경으로 중소기업인을 범법자로 만들어놓고 단속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넷째, 일자리 만들기 측면에서도 정부의 휴일특근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근로시간 단축 후 추가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기존 근로자들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는 임금 삭감이 아니다. 다만 휴일에 일해 받던 수당을 일하지 않으니 못 받는 것뿐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소득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정부 정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조업시간 단축으로 생산량 보전이 어려워질 경우 기업 수익성 저하,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결국 현재 있는 일자리마저 감소될 우려도 높다. 또한, 채산성을 확보할 최소한의 유연성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외주생산,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을 선택할 유인이 커져 국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끝으로 정부의 이번 방침은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휴일특근 제한 조치는 생산량 보전, 임금 보전 등을 둘러싼 노사 대립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산업현장의 요구에 부응해 전반적인 근로시간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법 개정 작업부터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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