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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하나의 사랑'

연극 '사랑은 흘러간다' 내달 7일부터 산울림 소극장<br>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사랑의 다양한 감정 그려

연극 '사랑은 흘러간다' 출연진. (왼쪽부터 남명렬, 박인서, 이항나)

사랑이 환상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비극적 사랑이든 해피 엔딩이든 사랑이라는 요리에는 달콤한 레몬 한 조각이 꼭 담겨져 있다. 반면 결혼은 온갖 종류의 재료가 뒤 섞여 있는 샐러드라고 할까. 씁쓸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가끔은 입안에서 푸석거리기도 하고. 헝가리 출신의 미국 망명작가 산도르 마라이(1900-1989)가 그리는 결혼은 샐러드를 한 움큼 입안에 집어넣는 것과도 같다. 포크로 집어 코끝에 올리면 신선하며 향긋하지만 입안으로 집어넣으면 씁쓸한 풀 맛이 혀 끝을 자극한다. 다시 내 뱉을 수도 없이 그저 오물거리다 꿀꺽 삼켜야 한다. 산도르 마라이의 장편소설 ‘결혼의 변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사랑은 흘러간다’가 3월 7일부터 4월30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산울림이 무대에 올리는 올해 첫 연극. 남명렬, 박인서, 이항나 씨 등 3명의 중견 배우가 출연한다. 3막 형식이지만 사실 이 연극은 하나의 큰 사랑 이야기를 다룬 3개의 모노드라마. 세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본 하나의 사건이라는 3부 형식의 원작 소설 틀을 그대로 무대로 옮겼다.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일롱카’와 사회적 지위와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하녀 ‘유디트’를 택하는 남편 ‘페터’, 가난한 어린시절에 대한 불행한 기억 때문에 신분의 굴레를 강요하는 사회와 정면 대결하는 ‘유디트’의 이야기가 세개의 모노 드라마로 펼쳐진다. 페터는 일롱카의 열정적인 사랑을 내던지고 프롤레타리아 여인 유디트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준다. 하지만 그는 유디트에게서조차 자신의 외로움을 건져내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다 ‘페터’의 첫번째 아내 일롱카가 1막에서 남편과 자주 가던 제과점에서 친구에게 열정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내가 뭘 느꼈냐고? 내 운명은 내가 책임진다는 것. 내 인생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길 기다릴 순 없다는 것. 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 느꼈어.”(일롱카) 2막에서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사회적 지위와 가정을 버리고 하녀 ‘유디트’를 선택했지만 결국 또 한차례 이혼을 앞두게 된 페터의 독백이 이어진다. “그리고 실망과 무관심이 찾아 왔지. 난 그녀가 그때까지 날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그 여잔 나라는 사람을 깊이 알게 되면서 내가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사실은 나도 한 외로운 인간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야.”(페터) 3막에서 ‘유디트’는 로마의 한 호텔에서 젊은 애인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여자들이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너무 멋져요’ ‘진짜 훌륭해요’ 감탄하는 척 하면 열 남자 가운데 아홉은 정말일 줄 알지. 남자들의 80퍼센트는 허영심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아. 어쩌면 90퍼센트인지도 모르지.”(유디트) 결혼이라는 복잡 미묘한 세계의 풍경이란 하나의 색깔만으로 표현하기엔 벅차다. 작품 속 세가지 색깔 독백은 하나의 사랑이 품고 있는 열정, 허무, 파괴적 속성을 보여준다. 수원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인 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연출하고 번역은 김인순, 극본은 전옥란 씨가 각각 맡았다. 흡인력 강한 산도르 마라이의 문체가 무대 위에서 어떤 빛을 발할지 기대된다.(02)334-5915, 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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