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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화의 도도한 흐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에서 한국현대판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한국현대판화모음`전을 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이래 소장한 판화작품 110여점을 위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지난달 30일 오픈해 오는 6월 22일까지 제 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이래 수집된 474점의 판화작품 가운데 엄선된 작품들을 위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판화소장품에 대한 점검 작업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판화부문의 장려를 위해 마련된 것. `한국현대판화의 여명(1950년대)`, `한국현대판화의 전개와 확산(1960-70년대)`, `한국현대판화의 새로운 모색(1980-현재)` 3부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전통적 목판화의 판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정규, 최영림 등에서부터 김봉태, 서승원, 윤명로 등의 한국현대판화 보급의 기수가 되었던 작가들 그리고 디지털방식을 이용하는 정상곤, 임영길 등에 이르기까지 서구식 제작기법이 도입된 이래 현재에 이르는 한국현대판화사의 주요한 흐름과 주요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시회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 제 2전시실에서는 전문자원봉사자의 작품설명도 진행된다. 목판인쇄술과 같은 뛰어난 활자문화의 전통을 간직한 우리의 역사 속에 서구적 기법을 이용한 현대판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의 일이다.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결성되던 무렵을 한국현대판화의 출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일상적이고 설화적인 주제로 목판화에 몰두하였던 최영림, 정규, 유강렬, 인쇄소를 경영하며 석판화에 심취하였던 이항성 등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하였던 이 협회는 판화를 매체로 한 국내 최초의 판화가들의 모임으로 판화 자체의 예술성을 인식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학에서의 판화교육으로 실크스크린 같은 새로운 판법이 유행하면서 판화의 내용과 표현형식이 풍부해졌던 1960년대에 판화계 역시 초반에는 앵포르멜의 열기가 높았다. 윤명로의 `문신`, 김종학의 `역사`, 배륭의 `페스티벌` 등은 이 시기의 대표작품으로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판법으로 뚜렷한 앵포르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판화가 적극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 대규모 국제전 참가가 잇달아 이어지면서 국제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1970년에는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가 창설되어 회를 거듭할수록 수준 높은 국제판화전으로 면모를 갖추어가는 등 판화의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1980년대는 김태호, 구자현 등 절제된 감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추상적 경향의 작가들 외에 목판화의 투박한 선으로 표현성이 강한 작품을 제작한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민정기, 오윤, 정비파, 황재형 등)이 등장하는 등 한국판화의 질적렙瑛?향상이 이루어졌다. 판화의 내용과 형식이 심화되고 디지털을 이용한 다양한 판법과 조각, 설치, 영상 등 여타 장르와의 혼합현상이 등장한 1990년대 한국판화는 강승희, 강애란, 곽남신, 김승연, 신장식, 오이량, 정상곤, 정원철 등 다수의 작가들이 해외 유수의 판화제에서 연이어 수상하는 등 뛰어난 작품성을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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