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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파리바 제재에 뿔난 프랑스, 달러패권에 반기

"국제결제 통화 다변화 필요"

미국 당국이 불법거래 혐의로 BNP파리바에 거액의 벌금을 물린 것을 계기로 프랑스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의 달러패권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BNP파리바 사건은 국제 결제통화의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말했다고 6일 FT가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이달 초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에 수단·이란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사상 최대인 89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와 정치권 등은 미국의 경쟁은행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프랑스 정부와 중앙은행은 미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력을 토대로 타국 은행에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난하며 달러화 집중 현상을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팽 장관은 "유럽기업들끼리 거래할 때도 달러를 사용한다. 예컨대 비행기를 우리끼리 사고팔 때도 달러로 결제한다. 과연 이게 필요한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제통화 다변화가 가능한 일이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로화뿐 아니라 세계 무역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주요 이머징 국가의 통화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산업계도 정부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프랑스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국경을 넘어선 거래는 불가피하게 달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단지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썼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법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프랑스 최대 석유회사인 토탈사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프 드 마게리는 "석유거래에 있어서 굳이 달러로만 결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달러를 환율 계산 기준으로 삼되 거래는 유로화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유럽 내에서 이 같은 달러화 대체에 대한 여론은 미국의 추가 은행 제재 강도에 따라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BNP파리바 제재 외에도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 독일의 도이체방크, 이탈리아 최대은행 유니크레디트 또한 불법 외환거래와 관련해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사팽 장관은 결제통화 다변화 문제를 7일 브뤼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 내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제거래에서 달러화 위상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다년간 보유외환 다변화를 추구해왔지만 미 국채만 한 유동성과 안전성을 갖춘 자산이 없어 여전히 외환보유액의 60%를 달러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한 고위 관료는 FT에 "정부의 정책이나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달러화 사용은 시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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