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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3월 31일] '생산'과 '투기'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에/나의 뜨거운 노래는/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청마 유치환이 1960년 자유당 정권 말기에 쓴 시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의 한 구절이다. 굳이 이 시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땅’은 생명ㆍ생산ㆍ모성을 상징하는 은유의 대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의지는 주요 부동산 정책에도 속속 반영되고 있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땅을 넉넉하게 공급해줘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전국의 산과 논밭에 규제를 과감히 풀어 택지와 공장용지로 활용하겠다는 정책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도심 고밀도 개발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방침도 제시했다. 부족한 땅 문제 해소를 위해 그동안 금기시했던 토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활짝 웃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참여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으로 그동안 손발이 꽁꽁 묶여 있었던 투기꾼들이다. 그들에게 새 정부의 토지 규제 완화는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발 빠른 복부인들은 벌써부터 돈 될만한 논밭을 찾아 누비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토지거래시장 동향을 보면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힘입어 토지거래가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공장용지는 물론 산지ㆍ농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논과 밭 거래가 급증했다. 새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투기는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봐왔듯이 ‘꾼’은 항상 정책보다 한발 빨랐다. 최근 발산지구 등의 다운계약서 문제 역시 정부 단속은 모든 상황이 끝난 뒤에야 이뤄졌다. 현대 사회에서조차 땅의 본질적 가치는 ‘생산’이며 ‘잉태’다. 그 위에 농작물이 자라고 건물과 공장이 들어설 때 땅은 가장 큰 의의를 갖는다.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성공하려면 땅의 본질적 가치가 ‘투기’에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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