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찰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경남 진주에 있는 H대 음악공연학부 학과장이었던 김모 전 교수는 지난해 말 6촌 친척인 학교 총장과의 인연을 앞세워 피해자들에게 전임교수 채용을 약속하고 수억원을 받은 뒤 잠적했다. 김 전 교수의 제안에 같은 학교에서 2년 넘게 근무하면서 대학 내부 사정에 훤했던 시간강사도 속아 거액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이후 김씨는 학교에 우편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지난 12월31일 사직 처리?磯?
부산 등에서 피아노 전공 시간강사를 하던 A씨가 교수 채용 제안을 받은 것은 2011년 말. 당시 지인을 통해 만난 자리에서 김 전 교수는 전임교수로 임용해주겠다며 학교 발전기금 2억원을 요구했다. 그는 "발전기금을 주면 총장을 움직여보겠다"는 말로 A씨를 현혹했다. A씨가 거절하자 그는 시간강사 자리를 제안했다. A씨는 이후 2년 넘게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김 전 교수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김 전 교수는 2007년 3월1일 음대가 생기면서 부임해 7년 내내 학과장직을 맡아왔다.
지난해 9월 A씨는 김 전 교수로부터 더 구체적인 제안을 받았다. 이번에는 음대 대학원이 생기면서 교수 충원이 있을 텐데 1억원을 주면 정식 교수로 임용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대학원이 생기면 교수 충원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A씨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김 전 교수는 "당신의 임용을 전제로 공개채용을 하는 것인 만큼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했다. 또 그는 임용된 후 의심 받는 일이 없도록 학교 발전기금은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줬다. 결국 A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피아노 교습소를 팔고 추가 대출까지 받아 현금 1억원을 마련해 지난해 12월1일 김 전 교수를 만나 전달했다.
하지만 기다렸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1월 초 학교에서 음대 교수 신규 채용 공고가 떴지만 A씨는 해당 사항이 없는 작곡 부문이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A씨가 학교에 확인해 보니 김 전 교수는 돈을 받은 직후 무단결근, 사직서를 제출해 12월31일자로 사직 처리된 상황이었다.
이후 다른 피해 사실도 학교에 알려졌다. 밝혀진 다른 피해자만 5명에 달했다. 대부분 A씨처럼 1억원을 요구 받았고 한 명은 아버지 퇴직금으로 마련한 2억원을 건넨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전임 교수 채용을 바라던 피아노·성악 전공 시간강사였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총장과 육촌 관계라는 점 때문에 김씨에게 의심을 품지 않았다. 또 김씨가 7년 넘게 혼자서 음대 학과장을 맡아온 점을 감안해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여겼다. A씨는 "김 전 교수는 학부 때 스승을 통해 자리를 만드는 등 피해자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피해자들이 공유할 수 없었다"며 "다른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어 피해 사실을 밝히기 힘든 경우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은 현재 학과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신규 교수 임용을 진행하고 있다. H대학 관계자는 "이번 사기 사건은 김 전 교수 개인의 일탈이고 학교와는 일절 관계가 없다"며 "기초심사부터 면접까지 진행되는 임용 과정에서 학과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학교의 해명이 면피성일 뿐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김 전 교수가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기초심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고 학과장 신분으로 임용 사기를 친 것"이라며 "학교 측이 교수의 사기행각을 막지 못한 만큼 도의적으로라도 피해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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