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를 읊조리던 가수 최백호(사진·65)가 이번엔 '힐링'에 대해 노래하고 나섰다. 음악 캠페인 '행복을 부르다-오렌지플레이'를 통해서다. 오렌지플레이는 최백호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음악발전소와 ING생명, CJ E&M이 공동기획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5월 한달 간 아티스트가 퇴근길 직장인과 콜센터 상담원, 어린이 병원 환자 등을 찾아가 펼치는 특별 공연이다.
"음악에는 인간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정화하는 특별한 힘이 있어요." 평소 '음악은 인간과 시대의 반영'이라고 믿는 그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며 인순이, 조규찬, 해이, 정엽, 이한철, 유리상자, 다비치, 옥상달빛, 하림, 홍대광, 전제덕 듀오, 박주원 밴드, 부부 밴드 복태와 한군 등 이번 행사의 모든 출연자를 일일이 섭외했다. "우리를 찾아오는 일반 관객이 아닌, 우리가 찾아가는 관객인데다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야 한다는 점에서 선곡에서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여섯 번 공연했는데, 다행히 돌아가는 관객의 표정이 많이 밝았어요." 이한철의 '슈퍼스타'를 듣고 힘을 얻었다는 취업 준비생부터 '너에게 이런 밝은 표정도 있었느냐'며 동료를 향해 웃음 짓던 콜센터 직원까지. 최백호가 말한 "인간을 정화하는 음악의 힘"은 마법처럼 모든 공연장에 퍼져 나갔다.
이번 캠페인은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많은 인디 밴드를 소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최백호에게 더욱 뜻깊다. 그는 마포에 위치한 인디 뮤지션 창작 공간 '뮤지스땅스'의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음악(뮤직) 하는 지하 독립저항군(레지스탕스)'을 의미하는 뮤지스땅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5억 원의 예산을, 마포구가 장소를 제공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가입 회원들은 개인 작업·녹음실과 공연장 등 이곳의 창작 설비를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음악 하던 시절 겪은 고통을 후배들은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최백호는 단순히 공간 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음악가와 기획사를 연결하는 허브의 역할도 해 나갈 계획이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돈 때문에 창작 공간에서 밀려나고 제대로 된 무대에 서지 못하는 원로 음악가와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판을 깔아주고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것, 그게 뮤지스땅스의 지향점입니다. 선배로서의 제 책임감이기도 하고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기타를 끌어안고 곡을 쓰는 영원한 낭만 가객이요, 인디 음악 소굴의 '어미벌레'(음악 떡잎을 살뜰히 챙기라는 의미로 실제 그의 명함에 찍혀있는 직함) 최백호. 내년이면 데뷔 40년이 되는 은발의 가수에게 음악은 그 자체로 힐링이요, 삶의 이유인 듯하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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