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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주목받는 연출가 장유정

"충실한 취재만이 劇 완성도 담보"<br>뮤지컬 '김종욱 찾기' 등 대박 "상상력·충실한 디테일이 비결"

연출가 장유정(사진 가운데)은 지금까지 연출한 뮤지컬^연극 5편중 2편이 오픈런에 돌입, 대학로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사진=최용석(프리랜서)제공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 한 살. 연극과 뮤지컬을 합쳐 봐야 겨우 다섯 편을 무대에 올린 ‘초짜’연출가다. 이력만 놓고 본다면 그녀에게 이 넓은 지면을 할애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여지껏 연출한 다섯 편중 두 편의 뮤지컬에서 대박을 터뜨린 공연계의 리딩 히터(Leading hitter)다. 그래 봤자 5타수 2안타. 타율만 높다고 그녀를 기사화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 연출가에겐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 특별함이란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 고집이다. 대형 공연기획사들 조차 ‘어떻게 하면 이 번 공연으로 대박 한 번 터뜨려 볼까?’하고 궁리를 하는 판에 그녀는 관객동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대중이 그녀에게 영합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장유정이라는 연출가가 이뤄 놓은 성과 대신 그녀의 가능성에 베팅해 보기로 했다. 주식으로 따지면 그녀는 코스닥에 속하지만, 상당한 가능성을 내포한 기술주다. 아마도 그런 가치 때문에 CJ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 자본이 그녀의 작품 ‘김종욱찾기’의 공연권을 확보했고, 또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뮤지컬‘김종욱 찾기’는 소극장 공연인데 관객은 많이 들었습니까. “김종욱찾기는 CJ엔터테인먼트에서 자본을 대고, 제작은 ‘뮤지컬헤븐’과 CJ엔터가 같이 한 작품입니다. 원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재학중에 만든 작품인데, 2004년 슬로바키아 블라티슬라바에서 열린 국제학생연극제에 초청을 받아 다녀온 후 예술의 전당 공연때 CJ가 상품성이 있다고 보고 공연권을 사갔습니다. 지금까지 관객은 5만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당신은 직접 쓴 각본을 연출까지 합니다. 장단점은 뭔가요. “저는 연출을 먼저 시작하고 작품은 나중에 썼어요. 연출을 하면서 테크닉을 배운게 도움이 됐습니다. 기술 스태프를 먼저 하다 보니까, 무대 상황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관객을 만났을 때의 고민을 먼저 하게 된 거죠. 하지만 작품에 들어가면 일단 연출에 충실하게 됩니다. 실제 배우를 만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자를 부분은 과감히 자르게 됩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내가 쓴 대본을 연출한다면 내 눈치 보느라고 그렇게 쉽게 자르거나 바꾸지 못할겁니다. 예를 들어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경우 처음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나가는 구조였는데, 나중에는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미스터리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그걸 바꾸는데 2년이 걸리긴 했지만 그게 가능했던 것은 내가 연출이자, 작가였기 때문입니다. 단점은 내가 너무 많은 결정권을 갖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작곡가나 다른 스태프들이 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또 두 가지를 뭉뚱그려 하다 보니 보수를 제대로 못받게 되더라고요.”(웃음) -무대에 올리는 작품 마다 흥행에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나는 잘 모르겠고, 관객들이 알 거에요. 영화를 잠깐 했었는데 영화는 대본 작성에 시간을 많이 투입하더군요. 아마도 그 노하우를 배운 게 힘이 된 것 같습니다. ‘김종욱찾기’는 인도 여행 때 구상하고, 만든 작품인데 자료조사를 충실하게 했던게 도움이 됐습니다. ‘오! 당신…’은 학교 다닐 때 총 예산 10만원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돈 대신 아이디어로 메꿔 나가다보니 디테일에 충실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체득한 디테일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그녀는 요즘 대학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연출자로 꼽힌다. 이 번엔 그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볼 차례다. -흥행성을 확인 받았으니 제작자들에게 인기가 있겠네요. 돈도 벌었지요? “아녜요. 제작자들은 내 작품을 싫어해요. 뮤지컬 소재로는 무겁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달콤한 소재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극히 작가적인 자세로 만들고, 관객들 입장에서 연출했을 뿐입니다. ‘김종욱찾기’도 로맨틱한 내용이지만 철학적인 소재입니다. 첫사랑을 만나보면 환상이 깨진다는 내용을 담은 겁니다. 그 작품을 구상했던 곳이 인도인데, 인도라는 나라는 환상이 많은 곳입니다. 아침에 안개가 끼어 있는 상태에서는 신비롭지만 안개가 걷히면 더럽고 비참한 현실이 어우러져 있고, 그 안에서 많은 일을 겪게 되는 곳이지요. 돈은 작년에 내 또래 월급쟁이 연봉 만큼 벌었습니다. 그 돈으로 시집도 갔고요. 이 바닥에서 자기가 번 돈으로 시집 가는 경우는 드물지요” 그렇다면 소극장 작품을 고집하는 이 연출가는 대형화, 상업화로 치닫고 있는 시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점이 궁금해졌다. -뮤지컬이 상업화하고 대형화하는 최근 트렌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장단점이 있겠죠. 작년에 국내에서 영화가 103편, 뮤지컬이 106편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뮤지컬의 상업성이 영화를 앞서고 있는거지요. 이런 가운데 마니아 층이 형성되고, 기업이 들어오고, 작품 수가 늘었습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골라먹는 재미가 생겼고, 배우들은 예전 만큼 가난하게 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얕은 기획작품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대중을 끌고 가는 작품, 대중과 함께 가는 작품, 대중을 따라가는 작품이 있는데, 당장 돈을 벌려다 보니 대중을 따라가는 작품이 생겨나는 건 문제죠.” -다음 작품은 뭔가요. “정극(正劇) ‘멜로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9월6일 대학로 ‘이다’에서 막을 올려요. 그 동안은 따뜻한 이야기만 했는데, 이 번엔 불륜으로 뒤엉킨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이 무엇이냐?’ ‘결혼이 무엇이냐’를 찾는 내용이지요. 해피엔딩도 아니고 강한 캐릭터들로 풀어 가는 이야기예요. 요즘은 정극이 안통하니까 불안해서 뮤지컬로 만들어 볼까 했는데 제작자께서 ‘망해도 괜찮으니 소신껏 해보라’고 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몇 달 전 결혼했다는 이 연출자는 인터뷰 내내 새색지 답지 않게 씩씩했다. 질문에 거침 없이 답했고, 한 가지를 질문하면 10분이상 설명을 해서 자판을 치는 기자의 손을 바쁘게 했다. 두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를 마치고 오후 세시가 다 되서 늦은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 초면의 남자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냉면 가락을 해치우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내가 본 장유정
따뜻한 시선·유머…맛깔스런 이야기꾼
작가 장유정을 처음 만난 건 2004년 봄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시절 신인작가 겸 연출로 교수님들의 총애를 받던 그녀는 졸업작품으로 "김종욱찾기"라는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아직은 푸릇푸릇한 신인 작가 장유정의 첫인상은 침착하고 차분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외모와 달리 또래 보다 생각과 기준이 서있는 똑똑하고 당찬 친구라는 느낌이었다. '김종욱찾기'를 제작하면서 같이 작업을 했던 작가 장유정은 여성적 감성과 이성적 논리가 적절히 배합된 (사실 이 두요소를 같이 겸비하고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 인생과 삶에 대한 사고의 깊이가 묻어나는 진지한 친구였다. '김종욱찾기'는 29살 노처녀가 겪게 되는 첫사랑에 대한 환상과 그 환상을 깨지지 않는 완벽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여성의 깊은 속마음을 잘 파악해서 맛깔스런 대사와 신선한 캐릭터 창조로 구성한 작품이다. 작품 속 장면과 대사, 노랫말에서 보여지는 장유정 작가의 뛰어난 감각과 재치, 글솜씨는 볼수록 곱씻는 맛이 나서 이야기꾼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같은 공연계의 선배로서 여자만이 갖고 있는 섬세한 감각과 재치, 삶과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유머, 그렇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합리주의와 논리적 사고 등이 앞으로 다양한 공연극작과 연출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 영글어서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주자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한소영 중·대형 무대에도 도전했으면 장유정의 작품 세계에 대해 논하기에는 그가 너무 젊다(1976년생)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다가 혹여 당사자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다만 내가 그의 많은 작품들을 관람했기에, 그것들에 대한 짤막한 단상을 정리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그 기억의 편린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공통된 퍼즐을 맞춰보면 장유정 씨에 대한 그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관객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은 히트작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에서 장유정은 대본, 가사, 연출을 혼자 담당했다. 200석 남짓의 소극장에서 행해진 두 작품은 주제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왔을 법한 세밀한 대사와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배우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오 당신…'의 배경이 된 무료 병원의 경우, 갈 곳 없는 민초들의 쉼터인 만큼 역설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살며 뮤지컬적인 장면과 대비시킬 수 있는 배경으로 기능했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의 추억을 여성의 시각에서 풀어낸 점이 돋보였고 남녀간에 이루어지는 사랑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로를 찾는 젊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작가적 상상력의 승리다. 다만 '김종욱 찾기'에서 보였던 배우들의 동선, 세트와 대소도구를 활용한 무대 공간의 활용 방식은 소극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본격적인 춤과 정확한 타이밍이 요구되는 중극장 이상의 무대라면 다소 정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러한 아쉬움은 중극장용 '키스 미 타이거'에서 드러났는데,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이 혼란스러운 면이 있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상상력과 소극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보다 매뉴얼화 한 공식이 필요한 중대형 상업무대에도 도전해줬으면 한다. 또 그런 기회를 줄 혜안을 가진 제작자가 나타나주기를 기원한다. 이제 그는 개인이기도 하지만 어느덧 우리 창작뮤지컬계의 공동의 자산이 아닌가. /조용신<뮤지컬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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