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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유출 한복판' 태안 의항분교는 지금

식사·건강…"선생님이 부모노릇"<br>급식·방과후 숙제까지 꼼꼼하게 챙겨<br>"힘들지만 마음의 상처는 없었으면…"

기름피해로 마을이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의왕분교 선생님들과 어린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하고 있다.

“몸도 불편하신 할머님이 하루 종일 방제작업을 하고 돌아오셔서 우리 남매 저녁 준비하시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빨리 커서 할머니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태안 원유유출사고 15일째. 21일 충남 태안 소원면 의항리 소원초등학교 의항분교에서 만난 6학년 김범희 군은 “우리들의 놀이터이자 어른들의 일터인 바다가 시커멓게 변한 것을 보고 가슴이 무척 아팠다”며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할머니와 선생님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원유 유출사고지점 바로 앞의 의항해수욕장에서 1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야트막한 둑을 사이에 두고 오염된 바다와 인접해 있는 의항분교.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20여 분 거리에 140여 가구가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이곳 의항2구 마을의 의항분교 전교생은 휴일과 관계없이 매일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 이번주에 예정됐던 종업식이 29일로 늦춰졌고 방학 때도 계속 등교를 해야하는 초등학생 20명과 유치원생 6명 등 모두 26명의 어린이들이 또 다른 기름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 어린이들은 사고 이후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재앙의 기름냄새가 이제는 익숙할 지경이다. 맘껏 뛰놀던 넓지 않은 운동장에는 연일 자원봉사자들을 실어나르는 대형 관광버스 수십 대가 독차지하고 있다. 6학년 박소원양은 “솔직히 겨울방학때에도 학교에 나와야 한다니 서운하다”며 “그러나 우리들의 바다를 다시 살리는 데 주민ㆍ자원봉사자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방학 때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다부지게 대답했다. 이 지역 가정 대부분은 엄마ㆍ아빠, 그리고 할머니ㆍ할아버지들이 새벽부터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어 일부 어린이들은 아침도 거른 채 등교하고 있다. 따라서 공부보다 노는 것이 좋은 어린이들에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는 점심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태안 시내에서부터 아이들 급식을 마련해 제공하고 있는 서해안마트 최영호(67) 사장은 “도로 여건이 안 좋아 겨울철 빙판길이 되면 노선버스도 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방학 중 자칫 어린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걱정했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반납해야 할 이 학교의 이병택ㆍ박인숙ㆍ두춘희 선생님은 유익한 겨울 교육프로그램 작성, 학교운동장을 드나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교내서 금연’ 등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당부하는 것 등에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두 교사는 “현재 상태로 볼 때 겨울방학 50여일 대부분 방학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3명의 교사가 1주일씩 돌아가면서 한자와 미술 그리고 교과보충지도를 담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름여간의 방제작업이 이어지면서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의 부모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건강을 체크하는 일, 밥 먹는 일, 공부하는 일, 방과후 수업 챙기기 등등 소소한 일까지 선생님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 교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린이들이 마음의 상처없이 학교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사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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