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중 국내 진출 첫 해외 로펌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김앤장ㆍ광장ㆍ태평양ㆍ세종ㆍ율촌 등 국내 시장을 주름잡던 4~5개 메이저 국내 로펌이 3조원 규모 국내 법률 시장을 놓고 해외 공룡 로펌과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예고됐던 글로벌 로펌 전쟁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내 법률수지가 악화돼 지난해 사상 최대인 5억27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만큼 해외 메이저 로펌이 대거 국내에 진출할 경우 법률수지 악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법무부는 16일 영국 최대 로펌 클리퍼드찬스가 외국법자문사 등록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외국계 로펌 가운데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곳은 클리퍼드찬스 한 곳이지만 지난해 말 이후 영국계 서너 곳과 미국계 로펌 두세 곳이 이미 예비심사를 위해 법무부에 관련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로펌 회사가 즐비한 미국의 경우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국내 시장 진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로펌은 한미 FTA 발효와 함께 두세 곳이 곧바로 심사와 승인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미국 로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한ㆍEU FTA 발효 이후 6개월이나 뜸을 들인 후 비교적 조심스럽게 국내 심사 절차에 착수한 영국계 로펌과는 달리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진출이 가장 유력한 미국계 로펌은 지난해 말 국내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변호사 수 1,000여명 규모의 클리어리고틀립과 폴해스팅스가 거론된다. 클리퍼드찬스 외에 영국계 앨런앤드오버리와 디엘에이파이퍼도 조만간 국내 사무소 개설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법자문사 등록 예비심사 절차에 들어간 클리퍼드찬스는 홍콩지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변호사를 중심으로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퍼드찬스는 홍콩지사 국제중재팀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국 지사를 출범시킨 후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 변호사를 추가로 스카우트해 한국 지사를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계 공룡 로펌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자 국내 법조계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가뜩이나 국내 시장 경쟁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메이저 로펌까지 가세하면 국내 법률 시장에 큰 지각 변동이 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악화일로인 법률수지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 로펌에 지급한 돈은 12억달러에 육박했다. 법률서비스시장 적자폭의 경우 2006년 1억7,130만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억달러를 웃도는 5억270만달러를 기록, 3배 이상 증가했다.
FTA 발효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은 3단계로 진행된다. 발효 후 2년간은 한국에서 사무실을 내고 외국법 자문을 할 수 있으며 이후 3년간은 국내 로펌과 제휴해 공동수임할 수 있다. 5년 뒤 3단계 전면개방 시기에는 국내 로펌들과 동업, 합작법인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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