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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체험… 도서관에 '인문학 꽃'이 피었습니다

'길 위의 인문학' 즐기기

문체부 올 280개 공공도서관서 2000회 행사 예정

'남산 걸으며 역사·문화를 찾다' 등 프로그램 다양

서적 출판·공연 잇따라… '인문학 시대' 다시 기지개

공공사업 정착하려면 지역사회·주민 동참 유도를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봄꽃 축제 인문학 콘서트''에서 신달자 시인이 자신의 문학 인생을 강연하고 있다. 이러한 명사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올해 ''길위의 인문학'' 행사가 전국 280개 공공도서관에서 2,000여회 열린다.

지난해 성남시중원도서관이 진행한 프로그램 ''인문학 일상의 파도를 타다'' 강연

지난해 완주군립고산도서관이 진행한 프로그램 ''문학창작 산실을 찾아서'' 탐방


지난 12일 일요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벚꽃이 만발한 사이로 '길 위의 인문학' 특별 프로그램으로 '봄꽃 축제 인문학 콘서트'가 진행됐다. '봄·꽃·여성·인문학'을 주제로 신달자 시인의 강연과 남성듀오 여행스케치의 공연이 펼쳐졌다. 신달자 시인은 딸부잣집 딸로 자신이 문학을 하게 된 이유를 위트를 엮어가면서 청중의 공감을 자아냈다. 자아실현의 도구로서 문학이 그 자신의 인생이 됐다는 것이다. 벚꽃놀이를 즐기러 온 상춘객들이 이색 프로그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 일색인 축제에 새로운 시도로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올해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2015년도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올해 '길 위의 인문학' 2,000회 예정=문체부는 올해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전국 280개 공공도서관에서 2,000여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강연과 현장 탐방을 함께 엮어 일반 대중이 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평소 만나기 힘든 책의 저자의 강연을 듣고 책 속의 배경이 되는 곳을 탐방하면서 어렵게만 여겨지던 인문학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계기를 만들자는 차원에서다.

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도서관 등 실내에서 하는 강연과 함께 직접 현장을 탐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남산도서관이 준비한 '남산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찾다' 프로그램은 오는 21일 남산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장규식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의 강연이 있으며 이어 25일에는 직접 남산 성곽길을 걷는 체험행사를 갖는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2013년에 처음 시작됐고 매년 범위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80개 공공도서관에서 1,538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4만8,000명이 참여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보통 어렵게 여겨지는 인문학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올해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시대'가 다시 온다=국내에서 최근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 서적 출판이 잇따르면서 서점에는 인문학이 별도의 인기코너가 됐다. 가히 인문학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대학의 인문학 졸업자들은 여전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문대 졸업자 90%가 논다'는 의미로 '인구론'이 회자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기가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이유다.

학교와 사회에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 인문학 열기의 시초는 2000년대 초반 대학을 중심으로 나온 '인문학의 위기'라는 호소에 대한 대응이다.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을 진흥하려는 지원책이 뒤따르며 여러 인문학 사업이 나왔다.

그 무렵 미국의 교육자 얼 쇼리스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인 클레멘트 코스가 소개됐다. 그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역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인문학 과정이 개설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고급 인문학 과정도 열렸다. 이러한 분위기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을 주장하면서 더욱 가열되기 시작했다.

'인문학'의 어원은 고대 라틴어의 '후마니타스(humanitas)'라고 한다. 본래의 의미는 사람의 '사람다움'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중세의 기독교적 인간관과 대비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즉 '신학(Divinity)'에 대응하는 학문으로서 '인문학(Humanity)'이다. 이 때문에 서양 인문학의 영역은 문학·사학·예술·철학 등 신이 아닌 인간에 관한 학문 모두를 포함한다.



한국 등 동양에서는 다소 다르다. '인문(人文)'이라는 용어는 '주역'에 나온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번갈아드는 것이 천문이요, 문명을 세우는 것은 인문이다. 천문으로 자연의 변화를 살피고 인문으로 천하를 조화롭게 한다(剛柔交替 天文也, 文明以止 人文也. 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라는 문장에서다. 즉 인문은 자연현상과 다른 사람이 만드는 문화 또는 문명을 의미했다. 일신교적 전통이 없는 동양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수천년간 큰 변화 없이 이어졌다.

현대에 와서는 의미가 다소 변했다. 기술과 자본 등 돈과 관련된 것이 아닌 문화현상 전반에 관한 학문으로서 인간정신을 연구하는 것을 가리키게 됐다. 최근 잇따른 경제위기로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인간의 원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한 목적에서 인문학이 뜨고 있는 셈이다. 잡스같이 기술과 접목하면서 오히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이유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인문학의 보루가 돼야=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길 위의 인문학'의 존재 이유는 이렇다. 첫째, 돈 되는 인문학에 대한 경계다. 인문학을 통해 돈까지 번다면 가외 소득일 수 있다. 하지만 돈 되는 인문학은 자칫 인문학의 본령의 놓치게 할 수 있다.

둘째 지식보다는 지혜, 머리보다는 가슴, 그리고 다리와 발을 지향하자고 한다. 제대로 된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기회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공공도서관의 사업인 만큼 지역의 사정,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봤다.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는 '길 위의 인문학'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일정별·지역별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한 후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해당 공공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비는 원칙적으로 무료나 강연장과 수용 능력에 따라 인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서 과거 진행된 프로그램에 대한 동영상 콘텐츠를 확인하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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