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가면무도회' 첫선

비극속 해학 유머 어우러져 눈길지난해 서울국제 연극제에서 큰 화제를 뿌렸던 리투아니아인 네크로슈스의 '햄릿'을 기억하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서방 세계의 이목을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에 집중시킨 연출가로 네크로슈스와 함께 꼭 한 사람을 더 꼽는다.

작품 '가면무도회'를 들고 첫 서울무대를 찾는 리마스 투미나스가 그다.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연은 LG아트센터가 준비한 '러시아 페스티벌'중 '데레보'에 이은 두번째 무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 3국을 이루는 리투아니아는 지금까지도 중세적 문화와 예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90년 소련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인구 370만명의 작은 공화국이지만 최근 잇달아 국제 연극무대에서 수상하면서 더 잘 알려졌다.

'가면무도회'는 러시아 낭만주의 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 가면무도회가 있던 날 누군가가 한 공작에게 사랑의 증표로 팔찌를 건넨다.

집에 돌아와 부인 니나가 팔찌를 잃어버린 것을 확인한 아르베닌은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의심케 되고 끝내는 아내를 독살하고 만다.

죄없는 아내에 대한 의심과 모욕당한 신의와 질투심이 극을 움직여가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종종 세익스피어의 '오델로'와 비교되는 작품.

무대에 오르는 '가면무도회'는 이 비극을 무대화함에 있어 전통적인 공식에 대한 파괴를 시도한다.

비극적 사건과 인물사이에 희화적 이미지를 삽입, 유머와 해학을 함께 전하고자 한 것. 비극이 전개되는 장면에서 눈 쌓인 무대를 스케이트를 타고 누비며 눈싸움에 한창인 배우들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무대 위를 날아다니거나 발 밑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불꽃도 있다. 러시아 정서가 담뿍 담긴 왈츠까지 잊지 않고 더해진다.

무대위에 내리는 눈도 중요한 장치다. 배우의 고뇌와 기쁨에 따라 그 양과 속도를 달리해 내리면서 인물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것.

또 작은 뭉치로 시작돼 공연 내내 무대를 굴러다니는 눈뭉치는 점점 거대해져 독살 장면에선 누구도 막을 수 없게끔 커진다.

폴란드 콘탁트 국제 연극제(97), 러시아 안톤 체홉 국제 연극제(98), 캐나다 뒤 모리에 세계 연극제(98), 스위스 쮜리히 국제 연극제(98) 등에서 고루 입상했다. 평일 8시, 토요일 3시30분ㆍ7시30분 [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