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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49> 아베 총리의 이유있는 재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얼마 전 일본의 아베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여당인 자유민주당은 연립여당이자 종교 단체 기반의 정당인 공명당과 함께 전체 의석 중 3분의 2를 넘는 326석을 확보했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에서는 전체의 56%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사실상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중심으로 정치가 돌아가는 일본의 특성상 집권 기반을 확고히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해석입니다. 앞으로 아베 총리는 자신이 주장하는 평화 헌법의 개정, 소비세 인상을 통한 재정 건전화와 같은 이슈들을 강하게 통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 다니엘이라는 일본 거주 정치학자가 ‘아베 신조의 일본’이라는 책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아베를 직접 인터뷰한 후 그의 정국 구상과 처신에 대한 이야기를 분석적으로 써내려간 책입니다. 노 박사에 따르면 아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강경하고 타협을 모르는 인물이 아니라 그저 정계의 프린스로서 ‘착하게만’ 자랐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술수를 모르고 성실함 이외에는 특별히 승부처가 없는 아베가 강하게 정치인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일본이라는 국가가 외부에서 평가될 때 ‘강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노 박사는 아베가 특별히 정치인이 되기 전에 고베제강이라는 회사를 다녔던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업으로 아버지 아베 신타로 외상의 비서를 했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분야 전문성도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지적합니다. 한마디로 정치 이외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죠. 디플레를 해소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아베노믹스, 센가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이슈 등은 사실상 그가 가장 신임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위임한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아베 본인의 아이디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거 50대 초반의 나이로 총리에 취임할 당시 잇따른 각료들의 실수와 사임, 그리고 외교 이슈에서의 지도력 부재 등으로 골머리를 썩은 모습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수준이기는 하지만 권력의 기반이 탄탄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베가 2020년까지 롱런할 것 같다고 점칩니다. 앞으로 6년입니다. 의회에서 지지를 받으면 연임에 제한이 없는 일본 총리의 특성상 가능할 법도 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총리들이 1년 반에서 2년 사이의 짧은 임기를 누렸던 것에 비하면 가히 신화적인 기록입니다. 한때 10년 가까운 집권 기록을 보였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나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 같은 사례가 있지만, 그들은 일본이 전쟁에 패한 후 고도성장으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때 자리를 맡은 ‘비상 사령탑’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베의 인기는 비정상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베의 높은 지지율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무난함’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는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처럼 기행(奇行)이나 튀는 발언으로 이목을 끄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엄청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큰 단점도 없는 상태에서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지도력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피해받기 싫으니 타인에게도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 특유의 보수주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쪼록 균형을 깨지 않고 공동체가 유지되는 선상에서만 서로 상호작용하자는 문화가 아베와 같은 ‘무난한’ 인물의 성공 비법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라 밖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이나 교과서 개정 문제, 종군 위안부 부정 등으로 상당히 반감을 사고 있지만 말이죠. 그는 나라 안에서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읽고, 자신의 스타일과 소통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는, 꽤 노련한 리더에 속합니다.



우리의 역사문화적 특성상 일본에서 누가 잘한다고 하면, 부정하고 싶은 반감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특히 아베 총리를 볼 때 우리 국민의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울 점은 배워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다스리는 방식, 내각과 당의 구성원들을 컨트롤하는 방식 등은 복잡한 네트워크와 힘으로 얽혀 있는 일본 정치 나름의 구조를 반영한 처세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잇따른 실수나 논란들을 보면, 수많은 ‘배우’들이 세상은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자기만족적 사고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적대정치의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조망하고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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