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초전도 양자칩에서 컬러 코드의 확장성과 논리 구현(Scaling and logic in the color code on a superconducting quantum processo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구글의 관련 블로그 게시글을 참고하면 ‘컬러(색상) 코드’라는 알고리즘 기술로 양자컴퓨터의 오류 정정 기술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있어서 오류 정정 기술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큐비트는 원자나 전자가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가지는 양자중첩 상태고 이 상태는 외부 영향에 민감합니다. 이 상태가 깨지면 양자컴퓨터 계산에 오류가 생기지요. 양자컴퓨터 성능을 높이려면 큐비트를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큐비트 하나하나를 제어하기가 어려워져 오류가 덩달아 커지는 모순이 있습니다. 이에 현재 양자컴퓨터 성능 한계는 1000큐비트 정도로 평가됩니다. 반면 일상 전반에 쓰일 정도로 상용화하려면 100만 큐비트는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죠.
구글은 지난해 12월 양자칩 ‘윌로’를 공개하며 오류 정정 기술을 전면에 강조했습니다. 구글은 여러 큐비트들을 하나로 묶어 ‘논리적 큐비트’라는 하나의 가상 큐비트로 작동시키는 방식을 연구해왔는데요. ‘물리적 큐비트’라고 부르는 실제 큐비트들에게 같은 계산을 맡긴 후 서로 크로스체크시켜 틀린 값은 걸러내는 원리입니다.
논리적 큐비트가 오류를 쉽게 줄일 것 같지만 대신 더 많은 연산 자원(물리적 큐비트)을 동원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물리적 큐비트가 많아지면 논리적 큐비트 값도 정교해져 오류 정정 효과가 높아지지만 동시에 늘어난 큐비트 제어가 힘들어져 오류 발생 효과도 높아진다는 모순이 다시 생기는 거죠. 구글은 “격자(논리적 큐비트를 이루는 물리적 큐비트들의 집합)를 더 크게 만들면 오류 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미묘한 점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구글은 그래서 물리적 큐비트 자체의 오류율을 ‘임계값’이라고 부르는 기준치 이하로 낮추면 이들이 모인 논리적 큐비트가 아무리 많아져도 오류율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윌로 논문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큐비트 증가에 따른 오류 발생보다 정정 효과가 더 커지는 기술을 자사가 확보했다는 것이죠.
이번 논문에서는 오류를 줄일 또다른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윌로는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를 이루는 물리적 큐비트들이 정사각형 격자 구조로 묶어 효율적으로 오류 정정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서피스(표면) 코드’라는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앞의 설명에서 물리적 큐비트들의 집합이 격자로 표현된 이유입니다. 아무튼 이번 논문 핵심 개념인 컬러 코드는 정사각형 대신 정삼각형 구조로 큐비트들을 묶어 효율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입니다. 정사격형보다 정삼각형 구조에서 큐비트 수를 더 줄일 수 있고 이는 앞에서 말한 논리적 큐비트의 모순을 한층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죠.
컬러 코드는 대신 알고리즘이 복잡해져 디코딩 기술 또한 고도화해야 합니다. 구글은 이를 위해 자회사 딥마인드의 ‘알파큐비트’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아다마르 게이트’라는 양자컴퓨터 기본 연산을 수행하는 데 컬러 코드로는 20나노초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서피스 코드보다 1000배 빠르다는 게 연구진 설명입니다.
후속 연구를 통해 향후 새로운 양자칩에서는 컬러 코드가 도입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연구진은 “서피스 코드는 여전히 (구글 양자칩 기술의) 주요 구성요소지만 컬러 코드 또한 대형 양자컴퓨터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양자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컬러 코드가 서피스 코드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하면서요.
오류 정정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6일 자국 기업 퀀텀시텍이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지원할 수 있는 ‘양자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주 대형 양자 연구개발(R&) 사업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 예산을 6545억 원으로 확정하면서 구글 윌로와 같은 오류 정정 기술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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