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여수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광양지사 등에 따르면 LG화학, 삼남석유화학, 한화케미칼 등 굴지의 석유화학업체 30여곳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여수국가산단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수산단은 지난해 기준 총 생산액이 88조원에 이르고 수출액만 347억 달러에 이를 정도였으나 이곳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후폭풍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장기불황으로 여전히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전반적인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줄어든데다, 중국산 공급 과잉으로 시장가격마저 급락하며 국내 유화업계의 재고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장을 돌릴수록 오히려 손해가 날 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생산량 감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화업계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던 한국실리콘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폴리실리콘 업계 2위인 한국실리콘의 부도는 지난해 1㎏에 70달러를 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해는 15~1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금융비용이 늘었고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행히 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한국실리콘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지만 여수지역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화업계의 내년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못하다. 산유국인 중동지역 국가들이 대규모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중동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에 저가에 석유화학제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한국 제품은 점차 중국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정병식 여수상의 조사부장은 "특히 중국에 이어 산유국인 중동 현지에 플랜트 시설이 세워지면서 국내 생산가의 10분의 1 수준의 낮은 가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국내 유화업계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국적기업인 한국다우케미컬마저 여수공장을 내년 상반기까지만 가동하고 매각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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