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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적합 서비스업종 지정' 이렇게 생각한다


제조업에서 출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이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워런 버핏 빵집'등 외국 업체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칸막이를 쳐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는 정책보다는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방향에서 적합업종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견해를 싣는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출 방치하면

영세소상공인 등 설 땅 없어질 수도


기업의 시장접근은 경쟁질서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존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이 진출해서 시장이 커진 부분은 인정하지만 대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은 독과점에 의한 담합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치즈ㆍ우유ㆍ고추장 등 할인율 담합 사례에서 확인됐듯이 소비자의 피해를 증대시킨 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내부 자원을 동원하거나 내부거래를 통해 시장에 쉽게 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자신들의 주력 분야와 유사한 분야나 기반산업ㆍ신재생에너지 같은 미래성장 분야로 진출한 경우도 많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분야로 진출, 중소기업ㆍ영세 소상공인과 사업영역 갈등을 초래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계열사를 통한 소매ㆍ음식ㆍ서비스업 및 기업의 소모성 자재(MRO) 구매대행 등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 확대로 중소기업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즉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억제하는 규제를 풀기 전에 중소기업의 대항력을 높여줄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거나 시장규율을 강화하는 노력부터 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선택에 맡겨 오늘날과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업영역 갈등으로 번졌다. 대기업들의 사업영역 확대는 사업 다각화라는 명분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이 브랜드 파워, 자본력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진입장벽이 낮은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부문 진출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은 대기업들이 덩치에 맞게 행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대ㆍ중소기업 간 사업영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역동적인 기업생태계를 이뤄 생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는 더 이상 자율에 의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2006년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하거나 사업이양을 추진했더라면 오늘날처럼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반성장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대두됐던 2010년 하반기 이후에도 대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5월 이후 1년간 대기업들의 계열사는 200개 이상 증가했는데 서비스업 진출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서비스업에 대한 적합업종 선정은 대기업 진출로 인한 생계형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출을 방치한다면 소상공인이 설 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고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어 고용시장의 완충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기업 규모가 전혀 다른 기업군이 시장 논리로 경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마지막으로 필자는 시장을 과신하는 대기업 측에 한 가지 묻고 싶다. 대기업에 의한 시장 지배는 늘 정당한 것인가.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가격담합ㆍ불공정거래ㆍ내부거래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시장과 소비자를 언급하려면 먼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준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칸막이 쳐 보호해도 생존 보장 못해

경쟁력 향상ㆍ소비자 후생 고려해야


지난 1993년 미국의 톰 하킨 상원의원은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한 국가에서 만든 상품에 대한 수입금지법안을 제출했다. 저임금ㆍ장시간 노동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은 의류 공장에서 대량 해고돼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매춘으로 내몰렸다. 1920년대 오스트리아 집권 사회민주당이 '다 함께 따뜻한 사회 구현'을 모토로 추진한 주택임대료 통제정책은 임대주택 공급난을 초래,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앗아갔다. 선의의 정책도 시장원리를 거스르면 의도한 목표와 상반된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제도 설계에서부터 파급영향, 시장 정합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별하는 지난한 작업을 해왔다. 우선 제조업 82개 품목이 지정됐다. 대기업들은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기하는 대승적 결단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지정에 협조했다. 동반성장위는 올해 적합업종 범위를 서비스ㆍ유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시장 참여자가 많고 산업구조가 복잡해 업종 세분화가 쉽지 않은데다 참여 기업을 대ㆍ중소기업으로 양분하기도 어려워 난항이 예상된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제도의 역효과를 막으려면 우리는 다음 두 질문에 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 무엇을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배양해 해당 업종, 나아가 산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따라서 그런 방향으로 적합업종을 지정해야 한다. '버핏 빵집'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시장에 칸막이를 치는 보호정책, 나눠먹기식 분할정책, 퍼주기식 시혜정책만으로 중소기업의 생존을 언제까지 보장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조명산업을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GEㆍ오스람ㆍ필립스에 국내시장의 60%를 내줬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도 자구노력으로 경쟁력을 배양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둘째, 누구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가. 해당 업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후생을 위해서다. 적합업종 지정은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생태계에는 대ㆍ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ㆍ근로자ㆍ협력회사ㆍ거래처ㆍ지역사회 등이 존재한다. 예컨대 외식업이나 식품유통에서 무조건 대기업을 퇴출시키면 소비자 선택권은 침해될 것이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입점업체, 넓게는 납품하는 농어민, 유통상인들이 피해를 입는다. 영세기업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의 성장의지도 꺾지 말아야 한다. 포장마차에서 팔던 떡볶이를 체인화하고 프랜차이즈로 빵 시장을 키우고, 커피 본고장인 미국에 대형 커피전문점을 낸 중견기업들은 누구보다 노력해 성공한 과거의 영세상인ㆍ중소기업이었다.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을 선택이 아닌 생존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경련과 대기업들은 지난해 동반성장위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올해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에도 적극 협력할 것이다. 동반성장위도 '선의(善意) 정책의 역설'을 경계해 국민 경제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적합업종 지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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