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가 급락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일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사비를 털어가며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추가 하락을 차단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5일 자사주 2,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10일 1,000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이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5만6,000주로 늘어났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급락장이 연출된 지난 4, 5일과 10일 사흘간 자사주 1만2,560주를 사들이며 총 보유주식수를 총 3만770주로 늘렸고, 정회동 NH투자증권 대표도 9일 회사 주식 2만900주(총 6만5,000주 보유)를 장내 매입했다. 금융기관 뿐 아니라 일반 상장사들도 자사주 취득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미국발 쇼크에 주저앉은 8ㆍ9일 총 7개 상장사가 시장에서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는 자기주식취득 결정을 내렸고, 증권사를 통해 자시주식 취득을 신청하는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한 곳도 8개 상장사나 됐다. 이러한 흐름은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10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실제로 이달 1일 이후 9일까지 내리막 길을 걸으며 주가가 무려 30% 이상 빠졌던 골프존은 지난 8일 1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에 대한 성과보상을 위해 자기주식취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24% 가까이 하락한 현대상선도 10일 주가 안정을 위해 현대증권과 8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한국콜마와 참엔지니어링은 각각 20억원(30만주), 10억원(37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직접 시장에서 취득하기로 했고, 리켐도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을 자사주로 교부하는 방법으로 자사주 10억원어치를 장내 매수할 계획이다. 이처럼 주요 금융기관 CEO와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최근 이틀간 국내 증시를 뒤흔든 '미국발 쇼크'에서 자사주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방어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의 폭락과 함께 당사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해 투자자 및 주주들의 우려와 실망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경영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보이고, 회사의 주식이 저평가 돼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최고경영자인 대표가 직접 회사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상장업체의 주식 담당자도 "보통 주가가 신저가를 찍거나 지나치게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수급조절과 주가 부양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게 된다"며 "최근 자사주취득이나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결정한 업체가 평소보다 많은 것도 추가 손실 방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