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와 같은 감염성 질병 연구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 강화돼야 생명과학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에볼라 백신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최진혁(사진) 미국 텍사스주립대 유전학센터 연구원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방부 등은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도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 지금부터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미국 텍사스주립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산하 숙주방어 유전학센터(Center for the Genetics of Host Defense)에서 면역체계 석학인 브루스 보이틀러 박사 지도 하에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항원·항체 반응, 면역세포 발달과 기능조절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직전에는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에볼라 백신 연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에볼라 등과 같은 감염성 질병 연구에 대한 투자는 경제논리를 생각하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단기간 내에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과제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감염성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몇 해 전 조류독감이 발병했을 때 치료제인 타미플루 수급 부족사태가 벌어졌는데 신약을 개발해 놓고 있는 선진국들이 자국민 우선 보호정책을 강화하게 되면 연구가 미진한 우리나라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며 "(에볼라 연구가) 당장은 금전적인 보상이 없어도 실패를 통해 더 나은 연구가 진행되도록 정부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볼라 대책과 관련해 최 연구원은 일단 대응 매뉴얼부터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에볼라 초기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했다"며 "앞으로 캐나다 공중보건청(PHAC)이나 미국 NIH,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제 협력을 통해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일단 공항에서 탑승객에 대한 열화상 카메라로 1차 검사를 한 후 에볼라 진단 키트를 통해 2차 검사를 하면 된다"며 "2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경우에만 좀 더 정확한 방법(q-PCR)을 통해 최종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 발병 지역의 경우 중앙아프리카 지역에 국한돼 있고 조류독감처럼 전염성이 아주 강한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공항·항만 등에서의 검역과 위험지역 입국자들에 대한 추적이 잘 이뤄지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에볼라와 같은 감염성 질병 연구를 위해 실험 안전 최고등급 실험실인 BSL-4 랩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에볼라 등은 실험자의 안전과 병원균의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실험 안전 최고등급인 랩에서만 실험이 가능한데 한국은 미국과 유럽은 말할 필요가 없고 일본이나 대만·러시아·중국·싱가포르 등도 보유하고 있는 BSL-4 랩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일본이나 대만 등도 몇 개씩 보유하고 있는 최고등급 랩을 한국이 단 한 개도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며 "에볼라 연구를 위한 최우선 정책적 목표는 BSL-4 랩부터 설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잇따른 에볼라 연구 성과 발표도 BSL-4랩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했다는 게 최 연구원의 설명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