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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건설사 땅값 미납 싸고 마찰 잇따라

경기침체로 사업성 악화되자 대형사들도 대금납부 미루고 계약해지·토지 교환 요구<br>부채부담 큰 LH "불가" 고수… 정부 중재 통한 해법 절실

수도권 서부에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 전경. 수도권 택지지구 곳곳에서 주택용지를 매입한 건설사들이 땅값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주택 경기 침체가 극심한 수도권 외곽 곳곳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사 간 땅값 미납을 둘러싼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대형건설사들조차 수백억원에 달하는 토지대금 납부를 미루면서 연체이자가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에 제출된 LH 자료를 입수한 결과 LH가 민간건설사에 공급한 택지 61개 지구, 12조1,414억원 가운데 아직 받지 못한 땅값이 5,0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지ㆍ대토해달라" 버티는 건설사들=땅값과 연체이자 납부를 하지 않고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택지를 분양 받은 곳이다. 자금난으로 자금여력을 상실한 곳도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주택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계약해지 등을 요구하며 대금납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땅값 연체액이 가장 큰 업체는 시행사인 세중개발이다. 이 회사는 2007년 8월 경기 양주신도시 옥정지구 A-9ㆍ15블록의 아파트ㆍ근린생활시설용지를 분양 받았지만 지금까지 960억원의 토지대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연체이자도 397억원으로 불어나 총 미납금액이 1,357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대우건설 역시 미납원금이 501억원에 이른다. 대우건설은 최근 A-9블록(1,862가구) 분양을 추진하다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철회했으며 A-15블록에 대해서는 LH 측에 계약해지 또는 하남미사지구 땅으로 대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분양을 해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해주거나 토지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2007년 분양 받은 김포한강신도시 내 2개 필지(10만7,000㎡)에 대한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미납원금 431억원에 연체이자 175억원까지 붙어 회사 측이 내야 할 금액은 총 606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로 분양성이 없어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파주신도시 운정지구 A-14블록 시행사인 인창건설과 시공사인 롯데건설 역시 각각 699억원, 68억원을 연체 중이다. 롯데 측은 이 땅을 위례ㆍ하남ㆍ동탄2신도시 땅과 교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LH는 "계약해지 불가"…중재 통한 해법마련 절실=해당 업체들이 계약해지나 대토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외곽 주택사업의 실패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LH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LH 관계자는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최악의 경우에 이르지 않는 한 계약해지나 대토는 없다"고 말했다.

LH로서는 자칫 계약해지로 미매각 토지가 다시 늘어날 경우 가뜩이나 과도한 부채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H가 토지를 매각한 후 아직 대금납부일이 도래하지 않은 금액만도 무려 6조2,672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 연체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택지지구의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LH와 업체 양자 간 협의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간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택시장의 흐름이 수도권 외곽보다는 도심 내 재건축ㆍ재개발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택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LH도 업체들이 사업추진 의사를 보일 경우 이자탕감이나 기반시설 설치 등 적극적인 지원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택지비 연체는 지난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던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LH로서도 무조건 계약해지나 대토를 해줄 수도 없기 때문에 건설사와 LH 간 갈등을 조정하고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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