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 중기 국제무역사기 피해예방책 제시

중소 무역업체인 D사는 지난해말 아프리카 베넹의 입찰전문 에이전트의 권유로 베넹 문교부의 구매입찰에 참가했다.D사는 에이전트가 요구하는 입찰서류를 보낸후 2주일이 지난후 베넹 문교부장관 명의의 낙찰 축하팩스 공문과 함께 품질검사와 시험가동을 위해 우선 30대의 PC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낙찰 소식에 들뜬 D사는 하지만 먼저 보낸 30대의 PC만 고스란히 날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내수부진 등으로 긴급 운전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중소 무역업체들을 대상으로 국제 무역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국제 무역사기단이 펼쳐내고 있는 각종 사기술은 무역업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물론 20여년 넘게 무역분야에만 종사해온 전문가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1월 설치된 무역사기신고데스크에 접수된 각종 국제무역사기 사례를 취합, 「국제 무역사기 이렇게 대비하라」는 안내책자를 통해 이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KOTRA에 따르면 불과 2달보름만에 확인된 각종 무역사기 피해는 총 50여건, 1,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업체들이 자사의 신용 훼손 등을 이유로 피해사실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의 무역사기 피해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수표를 이용한 사기술.

컴퓨터 부품업체인 H사는 나이지리아의 한 무역업체와 복사기용 토너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서방은행이 발행한 수표를 받아 추심여부를 확인한 후 물건을 선적했다. H사는 하지만 수출이 끝난 7개월 후 거래은행으로부터 나이지리아에서 받은 수표가 부도수표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이지리아업체와 결탁된 수표 발행업자가 물건을 인도받자마자 분실 수표 신고를 한 것. 수표에 명기된 서명을 정밀 조사한 결과 위조서명으로 판명되면서 H사는 물건값으로 받았던 15만달러를 고스란히 물어내야 했다.

KOTRA 관계자는 『최근 무역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것은 내수부진을 타개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주문 확보에 집중하다보니 사기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난 것』이라며 『특히 현지 상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에 무턱대고 접근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눈에 띠게 많다』고 전한다.

KOTRA는 이에 따라 「국제무역사기…」책자에 무역사기 사례는 물론 무역사기의 주요 식별방법과 예방책 등을 함께 수록했다.

주요 무역사기 식별방법은 첫거래부터 현지 시장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대량 주문을 제의하거나 신용장이나 텔렉스 결제로 상담을 한 후 갑자기 수표로 결제하겠다고 제의할 경우 국제입찰에 참가하도록 유도한후 낙찰됐다며 각종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국제은행 명부에도 없는 생소한 은행을 통해 신용장을 개설하는 경우 확실한 결제보장이 없이 먼저 생산을 요구하는 경우 인맥을 거론하며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소액의 정상적인 외상거래를 거듭하다가 갑자기 거래금액을 확대하는 경우 등은 무역사기를 의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