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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예고된 재앙

불법 도박게임 시장을 둘러싼 검찰의 권력 실세 및 정치권 개입 의혹 수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권력형 비리 의혹을 낳고 있는 ‘바다이야기’ 게이트가 그것이다. 지난 2005년 초반만 하더라도 연 4,000억원대에 불과하던 도박 상품권 시장이 1년여 남짓한 사이에 3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으로 급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 게임업체를 불법적으로 키워준 정권 실세가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잇달아 터진 유전 게이트, 행담도 게이트 등 언론과 정치권에 떠밀려 시작된 권력형 비리 수사가 처음에는 요란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용두사미로 끝난 것처럼 이번 수사도 헛물만 켜다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느 게이트처럼 단순한 정책 실패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문제의 게임물 부실 심사, 당시 주무장관의 외압설 가능성 발언, 노 대통령의 조카 개입설 등 언론이 제기하는 각종 의혹들을 보노라면 정말 청와대가 개입한 정권 차원의 비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도 최근 언론사 논설위원과의 간담회에서 “내 재임기간 중 유일한 잘못이 있는데 그것이 도박 상품권 정책”이라고 밝혀 비리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성인 게임물 정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한 것이지 측근 비리 의혹을 인정한 게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역시 수사 결과로 비리 범위와 게이트 여부가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특정 보수언론과 야당이 주도한 게이트와 달리 정부가 자초한 게이트 의혹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현 정부 들어 상품권 규정을 성인 오락물에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치고 전국에 버젓이 독버섯처럼 상품권이 도박용 칩으로 변질되고 있는데도 철저한 단속은커녕 영상물등급심사위원회의 심사 통과, 불법 환전상 방치 등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상품권 시장이 불법 도박 시장으로 변질되면서 기자는 물론 많은 언론사들이 지난해부터 기사를 통해 도박산업의 병폐를 질타했고 정책 수정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고 급기야 문제의 게임물업체에 노 대통령의 조카가 몸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이트로 비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게이트가 노 대통령이 말했듯 ‘정책 실패’로만 끝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책 실패치고는 너무 작위적인 실패였고 그래서 실세 개입 의혹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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