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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강남구 개포주공2ㆍ3단지에 이어 강동구 둔춘주공아파트에도 소형주택을 30% 이상 짓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형의무비율 논란이'강남3구'를 넘어 강남권 전역으로 번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30%룰을 적용해 강남권 민간 소형아파트의 멸실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사업성 악화로 인해 부담금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격앙돼 있는 상태다.
◇둔촌주공 사업성 악화 불가피=총 5,930가구 규모의 둔촌주공 4개 단지에서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주택은 1,290가구다. 기존 소형가구수의 50% 이상을 60㎡ 이하 소형으로 지으라는 서울시의 권고대로라면 645가구만 지으면 된다. 조합측은 3종 종상향으로 건립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일반분양분 703가구를 비롯해 임대아파트 1,555가구(총 계획가구의 13.8%) 등 건립물량의 20.1%인 2,258가구를 소형으로 짓는 정비안을 제출한 상태다.
조합측은 사업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서울시가 개포주공 등에 주문했던'기존 가구수의 50% 이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소형비율을 10%포인트 더 늘릴 것을 요구하자 당혹해하고 있다. 30%룰이 적용될 경우 기존 계획보다 소형주택을 1,116가구나 더 지어야하기 때문이다.
소형주택이 늘어나면 분양에 대한 부담을 다소 줄어들지만 중대형에 비해 분양가격이 낮아 사업성은 그만큼 악화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둔촌주공 조합측은 "최근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부분도 있고 사업비 회수도 빠를 수 있다"면서도 "조합원들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 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상향 보류된 가락시영 반발 예상=개포주공에 이어 둔촌주공까지 30%룰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강남권 중ㆍ저층 재건축 단지들이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26.5%의 소형비율을 제시해 종상향에 성공했지만 5개월이 넘도록 결정고시가 미뤄지고 있는 가락시영아파트 주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27.4%의 소형비율을 제시한 개포3단지에 대해 30% 이상 확보할 것으로 요구한 것처럼 가락시영에 대해서도'30%룰'을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락시영 조합측은 소형비율 30%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규만 가락시영 재건축조합 사무국장은 "타 단지의 소형비율 논란 때문에 결정고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우리 단지에도 30%안이 적용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소형 30%안은 개포 재건축 단지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양용택 서울시 임대주택과장은 "전체 가구의 95% 이상이 소형아파트인 개포주공 재건축단지와 다른 재건축 단지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며 "다만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은 소형주택을 늘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6일 소형비율을 30% 이상 확보하는 것을 방향으로 개포주공2ㆍ3단지의 재건축안이 통과되자 1ㆍ4단지와 개포시영 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과 서울시의 요구를 절충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개포1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30%안은 주민들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30%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서울시의 소형비율 확대방침에 충족되는 정비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환 개포4단지 재건축 추진위원장도"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서울시의 30%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시가 단지별 특성을 고려한다고 했으니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정비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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